"우리 기업 보호를 위해 뭐라도 하겠다" 열의로 치밀한 전략 세워
현지 진출 기업에 예외적 워크숍 개최 성과…세무불확실성 해소
한-사우디 국세청장 회의서 기업 이중과세 신속한 해소 합의
![강민수 국세청장<사진 중앙>이 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한·사우디국세청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http://www.taxtimes.co.kr/data/photos/20250207/art_17394982805553_0baf68.jpg)
![강민수 국세청장<오른쪽 세번째>이 한·사우디 국세청장회의에 앞서 개최한 현지 진출 기업 간담회에서 관계자로부터 세무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있다.](http://www.taxtimes.co.kr/data/photos/20250207/art_17394982789694_6fea42.jpg)
강민수 국세청장이 중동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세무애로를 실시간 해소할 수 있는 오아시스를 개척했다.
앞서 강 국세청장은 지난 5일 아라비아 반도의 심장부인 사우디아라비아 수도인 리야드에서 양 과세당국간 최초로 국세청장 회의를 개최했다.
우리나라 해외 건설산업 발주액만 119억달러에 달하며 1위 산유국인 사우디는 중동 유일의 G20 회원국으로, 최근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2030을 비롯한 각종 개혁정책 이후 네옴시티 등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로 우리 기업이 많이 참여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는 외국기업에만 법인세를 부과함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과세기준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과 이중과세 등 세무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강 국세청장 또한 우리 기업이 봉착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양자회의에 앞서 사우디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과 리야드 한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세정간담회를 열고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와 관련, 국세청 내부적으로는 이번 간담회를 형식적인 자리로 여겨 참석하는 기업이 거의 없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강 국세청장이 ‘우리 기업 보호를 위해 뭐라도 하겠다’는 열의를 보이자 기업 관계자들은 세무애로와 건의사항을 적극 개진하는 등 예정된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간담회가 이어졌다.
실제로 사우디 동부에 진출한 모 기업 세무담당 실무자인 정 모 팀장은 리야드까지 400km을 날아와 간담회에 참석해, 사우디 과세당국의 세무조사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사우디 국세청 담당자를 만나는 것조차 어려워 국세관 파견과 같은 소통창구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예정된 간담회를 훌쩍 넘긴 탓에 30분만에 사우디 국세청으로 달려간 강 국세청장은 수하일 아반미 사우디 국세청장을 만나 우리 기업들과 가진 간담회 내용을 토대로 밀도 높은 양자회의를 이어갔다.
강 국세청장은 회의에서 특유의 친화력과 유창한 영어로 사우디 국세청 간부들과 격의 없이 소통했으며 특히, 현지에서 우리 기업이 겪고 있는 세무애로를 강력하게 어필했다.
이 결과 사우디 과세당국은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세금문제를 전달 수 있도록 소통창구인 코리안데스크 지정에 이어, 한국 국세청이 임석한 가운데 현지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더 나아가 한국기업의 이중과세를 해소하기 위해 신속한 노력에 나서는 등 세무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행방안도 제시했다.
사우디 현지에서의 코리안데스크 지정은 중동 국가에서 우리 기업 세정지원의 물꼬를 튼 것이며, 과세당국이 납세자에게 직접 설명하는 워크숍 개최 또한 사우디 국세청으로서는 매우 예외적이고 특별한 조치다.
이처럼 중동 국가에서 한국의 세무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오아시스를 개척하기까지 강 국세청장의 노력 또한 빛을 발했다.
국세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강 국세청장은 한국에 진출한 사우디 기업은 거의 없는 반면 사우디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많은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사우디의 과세주권을 존중하면서도 우리 기업의 세무애로를 효과적으로 호소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전해진다.
강 국세청장은 회의 초반 친밀감을 조성할 아이디어를 마지막 순간까지 빼곡히 메모하고, 세무애로가 해소되면 사우디 경제에도 이로운 점을 부각시키는 등 사우디측을 설득할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 한·사우디 국세청장 회의라는 전장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출장 전부터 사우디 주재원 출신 작가의 ‘이제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등 서적과 유튜브를 통해 아랍의 문화를 익혔으며, 현장에서의 친밀감을 유도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28개 아랍어 문자까지 익혔다는 후문이다.
강 국세청장이 치밀한 전략을 갖추고 나선 양자회의는 높은 성과로 귀결됐으며, 국세청은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에게 즉시 회의 내용을 공유해 큰 박수를 받았다.
앞서 400km를 날아와 회의에 참석했던 정 모 팀장은 “형식적인 간담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업들이 겪고 있는 세세한 문제까지 끝까지 청취한 후 사우디측으로부터 이를 해소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낸 강 국세청장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이번 한·사우디 국세청장 회의는 작년 11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OECD 국세청장회의에서 강 국세청장이 AI를 활용한 디지털 세정 혁신 사례를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강 국세청장의 발표를 청취한 사우디국세청 대표단은 당시 전자세금계산서를 도입했기에 더욱 큰 관심을 보였으며, 회의장에서 강 국세청장에게 직접 다가와 사우디 초청을 제안해 중동국가 최초로 양자회담 개최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