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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09. (금)

내국세

①서울청장때 불공정 과세 목격 후…국세청장 취임 후 감평 예산확보 '사활'

기재부에 예산증액 당위성 설파, 본청 전 간부 나서 기재위원 설득작업도

직접 세수효과 4천억원, 간접 세수효과 6천억원 등 1조원 이상 증대 전망 

 

대표적인 사례인 ‘부동산 감정평가 확대’를 살펴보자.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은 상속 및 증여 당시의 매매가액·감정가액 등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기준시가(보충적 평가방법)로 평가한다.

 

이 빈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꼬마빌딩’. 거래 빈도가 적고 개별적 특성이 강한 부동산은 시가 산정이 어려워, 시세에 비해 낮은 기준시가로 재산을 평가·신고해왔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고액자산가들이 꼬마빌딩을 편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해 온 게 사실이다.

 

이에 국세청은 부적절한 평가 관행을 개선하고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사업예산을 확보해 ‘비주거용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을 시행 중이다.

 

 

문제는 최근 주거용 부동산의 거래가격이 높아지면서 일부 초고가 아파트 및 호화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매매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초고가 아파트 및 호화 단독주택이 소단지 또는 개별건물이고 대형 평수라는 특성으로 비교 대상 물건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 소재 전용면적 273㎡ 나인원한남 아파트의 경우 추정 시가는 220억원에 달하지만 공시가격은 86억원에 그쳐 시가 대비 공시가격 반영률이 39.1%로 저조하다. 추정 시가 180억원의 아크로리버파크(235㎡)와 145억원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198㎡)의 공시가격도 각각 75억원, 59억원으로 공시가격 반영률이 41.7%, 40.7%에 불과하다.

 

또한 서울 강남 신사동에 소재한 전용면적 599㎡ 단독주택의 추정 시가는 180억원이지만 공시가격은 76억원, 용산 한남동 고급주택(1천257㎡)과 강남 청담동 고급주택(653㎡)의 추정 시가는 각각 163억원, 130억원에 달하지만 공시가격 반영비율은 42%에 그친다.

 

더욱이 이들 주거용 부동산은 감정평가 사업에서 제외돼 시가보다 훨씬 낮은 공시가격으로 상속·증여가 가능하며, 심지어 중형 아파트보다 대형 초고가 아파트의 증여세가 적은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전용면적 223.6㎡) 시가는 약 7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기준시가는 37억원에 불과하며 증여세 계산시 13억7천만원 정도다.

 

반면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 아파트(전용면적 84㎡, 시가 40억원, 기준시가 25억원)의 증여세는 15억2천만원, 서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84㎡, 시가 43억원, 기준시가 25억원)의 증여세는 16억7천만원으로, 타워팰리스에 비해 증여세를 더 많이 내야 한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서울청장 재직시 조사3국의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이런 실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으며, 불공정한 과세 실태와 세수 일실로 이어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은 평가대상을 선정해 국세청이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예산확보가 선결돼야 했다.

 

문제는 현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따라 기재부 예산실은 예산 증액의 ‘증’자에도 손사래를 칠 정도였으며, 심지어 국회예산정책처는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의 효율성을 인정하면서도 국세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평가대상을 이월한 것을 지적하며 아예 평가대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정책보고서를 작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내놓는 등 국세청 입장에서는 사면초가 상태였다.

 

강민수 청장은 취임과 동시에 소관부서를 앞세워 부동산 감정평가사업 예산의 확대 필요성 등을 담은 설명 자료를 제작하고, 필요한 예산을 산출해 기재부에 증액 요청했다.

 

강 청장의 후일담도 알려진다. 강 청장이 세종과 서울을 오가는 KTX에서 우연히 기재부 고위관계자를 만나게 됐고, ‘이 때가 기회다’ 싶어 감정평가사업 확대의 당위성과 세수와의 연계에 대해 열변을 토해내며 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재부를 설득해 정부 예산안에 증액 요청분을 모두 반영할 수 있었으나 국회 예산심의라는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했다. 정부 예산안 발표 직후에는 강민수 청장과 본청 전 간부들이 모두 국회 기재위 소속 의원실을 방문해 설득작업도 벌였다.

 

국세청의 맨투맨식 설명에 대부분 의원실에서는 감정평가 확대가 공정과세를 위한 합리적인 개선이라고 평가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일부 의원실에서는 상속세 완화 기조에 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그러나 초고가 아파트 사례와 상속·증여세 역전 사례 등을 거듭해 설명하는 등 끈질기게 설득해 감정평가 확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한편 감정평가사업 시행 초기에는 업계 일부에서 국세청의 감정평가 정당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 또한 국세청이 넘어야 할 허들이었다.

 

특히 국세청이 감정평가 1심 소송에서 일부 패소한 6건을 내세워 감정평가 확대에 반대하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국세청은 치밀한 항소심 대응을 통해 6건 모두 승소로 이끌며 감정평가사업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사업 확대에 대한 추진력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올해 국세청 부동산 감정평가사업 예산은 지난해 예산 45억원에 더해 추가로 51억원을 확보함에 따라 총 96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45억원 예산으로 169건 정도의 감정을 실시했고 이에 따른 세수효과는 4천400여억원 규모였다.

 

올해의 경우 전년 대비 무려 2배 이상 예산을 확보했으며, 이에 따라 감정평가 건수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정평가 건수가 2배 이상 증가하게 되면 최소 4천억원 이상의 직접적인 세수 증가와, 여기에 더해 국세청 감정평가 확대에 영향을 받아 납세자가 자발적으로 직접 감정평가해 신고하는 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함으로써 얻는 간접적 세수 증가 6천억원 등 총 1조원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51억원 예산 증액으로 올해 최소 1조원에서 최대 1조5천억원까지 세수 증대 효과를 불러올 국세청 부동산 감정평가사업 확대는, 무엇보다 국세청 본연의 역할인 ‘공정과세’와 ‘세수확보’에 집중한 ‘강민수號 국세청’의 뚝심과 열정으로 이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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