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어진 거문고의 줄을 팽팽하게 고쳐 맨다는 경장(更張). 묵은 제도를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경장은 조선시대 선구자로 평가되는 율곡 이이 선생이 생전에 선조에게 그토록 간언했던 단어라고 한다.
밖으로는 탄핵정국으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시계제로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안으로는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펑크 사태에다 조세제도와 과세당국을 비웃는 다양한 불법·편법 조세회피 시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렇지만 작년과 올해 국세청은 유독 ‘공정과세 구현과 안정적 세수조달’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위해 세정 경장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재정 확보기관인 국세청의 징수 환경은 녹록지 않아, 재작년 56조4천억원에 이어 작년 30조8천억원 등 2년 동안 87조원이 넘는 세수결손 상황이 발생한 데 이어 새해 연초부터 세수 결손 사태가 3년 연속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배경에서 올해 국세수입 예산 382조4천억원 가운데 97.5%에 달하는 372조9천억원을 소관 세수로 두고 있는 ‘강민수號 국세청’의 행정 방향에 이목이 쏠린다.
탄핵정국이지만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해내겠다”는 국세청은 지난 1월22일 상반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열어 핵심 추진과제를 공유하고, 공정하게 세법을 집행해 국가재원을 조달하는 것이야말로 본연의 업무임을 재차 되새겼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올해도 흔들림 없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은 “국세청이 ‘해야 할 일’은 공정과세 구현과 세수의 안정적 조달로 압축할 수 있다. 물론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목표이지만 접근하는 방식이 과거와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고 했다.
실제로 강 국세청장이 이날 세무관서장회의에서 열변을 토한 ‘사자후 인사말’만 보더라도 여느 국세청장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총 7페이지의 인사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페이지를 ‘국가재원 조달과 공정과세’에 두고, 구체적인 사례를 지목하며 선정 배경과 추진과정에서의 어려움, 도입 이후 성과 등을 풀어냈다.
이날 인사말의 내용은 작년 하반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 2부에서 강 청장 본인이 직접 발표한 ‘관서장 브레인스토밍’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강 청장은 국세청이 평소 추진해온 ‘성실신고 지원’, ‘체납정리 강화’ 등 일상적인 세정활동으로는 지금과 같은 세수 부족 사태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고민과 함께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수년째 계속되는 경제상황 악화로 세수여건도 좋지 않은데 어떤 방법으로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을까, 서민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세수를 안정적으로 거둬들이는 방법이 있을까, 세무조사를 강화해 세수를 더 걷으려고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세수 고민’이 담겨있었다.
이런 ‘세수 고민’이 이어진 끝에 나온 결과물이 ▶부동산 감정평가 확대 ▶연말정산시스템 개선 ▶보험업 해약환급준비금 과다공제 개선 ▶기업 종업원 할인제도 개선 등이었다. 이 사례들은 세무조사라는 압박행정을 거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낸 것들이며, 강 청장은 연초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관서장들과 공유하며 다시 한번 국가 재정확보 방안을 모색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사례들은 강 국세청장이 서울지방국세청장 재직 시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꾸준히 연구하고 분석하고 제도개선 작업을 추진한 끝에 국세청장 취임 이후에서야 비로소 빛을 본 것들이다.
특히 위 사례들은 예산확보가 필요하거나 세법 및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거나 시스템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강 국세청장과 소관부서 국·과장들의 뚝심과 끈질긴 설득작업 끝에 성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강 청장이 본청 징세법무국장과 법인납세국장을 역임해서인지 세수관리에 대한 접근방법이 과거와 많이 다르다. 그리고 국세청이 무언가 제도나 법령을 개선하기 위해선 기재부 뿐만 아니라 국회의 도움이 절대적인데 본청 기획조정관 시절 닦아놓은 대국회 경험 덕분인지 일사천리로 추진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강민수號 국세청’이 지금까지 이뤄놓은 성과를 ①서울청장때 불공정 과세 목격 후…국세청장 취임 후 감평 예산확보 '사활' ②연말정산을 어떻게 세수 확보로?…시스템 개선만으로 1조원 효과 ③대기업 '직원할인' 관행으로 굳어질 뻔…기업·국회 설득 또 설득 ④본청 법인납세국장 지낸 '촉'으로…보험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 이끌어 순으로 따라가 본다.
※(참고)해현경장(解弦更張):‘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사회적, 정치적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