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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11.18. (화)

경제/기업

"40년 된 동일인 제도, 법인 중심 재설계해야"

한경협, 공정위에 제도개선 과제 24건 제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GDP 연동형 조정

동일인 책임 완화·행정질서법 중심 체계 전환도

 

경제계가 기업집단 규제체계를 개선하고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현실화하는 한편, 형벌체계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분야 제도 개선과제 24건을 제출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경협은 건의서에서 △기업집단 규제체계 개선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개선 △형벌체계 합리화 △산업-금융시너지 강화를 주요 개선과제로 꼽았다.

 

특히 40년 된 동일인(총수) 제도를 법인 중심으로 재설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기업집단의 범위와 대기업 규제 적용대상을 정하는 기준이다. 동일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들을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어 규제한다. 이때 '동일인'은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규정된다.

 

한경협은 "동일인 지정제도가 최근의 기업지배구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법인만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도록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동일인 지정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기업집단의 상당수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경영 의사결정도 개인이 아닌 법인 이사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현행 제도가 기업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경협은 동일인 관계자(특수관계인)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도 지적했다. 동일인 관련자(특수관계인)의 범위가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까지이며, 요건에 따라 6촌 이내 혈족 및 4촌 이내 인척도 포함될 수 있어 동일인의 실질적 지배와 무관한 친족까지 규제 대상이 되는 것 역시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띠라서 "직계존비속·배우자 등 실질적 가족 중심으로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축소해 기업의 행정부담과 자료제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GDP 연동형으로 전환할 필요성도 대두됐다. 현재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이 자산총액 기준은 2009년 설정된 것으로, 경제규모 확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경협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 약 78%가 규모 기준으로 중소기업에 해당한다"며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기업집단까지 과도하게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지난해부터 소속회사 자산총액 합계가 ‘명목 GDP의 0.5% 이상’으로 지정기준이 매년 조정되고 있는 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고정 금액을 유지하고 있어 제도 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경협은 "공정위가 올해 초 업무 계획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의 GDP 연동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절대금액 방식의 현행 기준을 '경제 규모 대비 상대적 기준'으로 조정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형벌체계 합리화도 요구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회사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이를 거부하거나 허위로 제출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문제는 실무적으로 회사가 아닌 동일인(자연인)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동일인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친족 자료까지 확인·보고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일부 자료만 누락돼도 법적 책임을 동일인이 부담해야 하며,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경협은 단순한 행정상 누락이나 착오에 대해서는 행정질서벌로 전환하고, 지정자료 제출의 법적 책임 주체를 '기업집단의 대표 법인'으로 명확히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핵심 법제이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 역시 함께 진화해야 한다"라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합리적 경영활동까지 제약하는 규제는 결국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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