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근로공단 기준 불일치로 최대 연 24회 중복 신고 가능성
89만개 사업장, 국세청 신고만으로 보험료 산정 어려워 혼란 예상
고용·산재보험 보수 신고방식을 현행 연 1회에서 매월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제도 시행의 실효성과 행정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번 논란은 내년부터 근로소득 간이지급명세서 제출 주기가 연 2회에서 매월로 전환되는 소득세법 시행과 맞물려 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고용·산재보험 보수신고 역시 매월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26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두고 제도 적용 대상인 소상공인·중소기업뿐 아니라, 제도를 집행해야 하는 근로복지공단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소상공인연합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근로복지공단 노동조합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반대 또는 우려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행정 부담 문제를 넘어 제도 설계 자체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월 보수를 매월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하도록 하되, 소득세법에 따라 국세청에 소득자료를 제출하고 공단이 해당 자료를 활용해 보험료 산정에 필요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고용·산재보험 보수신고를 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 문언상으로는 국세청 신고로 공단 신고를 갈음함으로써 사업주의 이중 신고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노동조합은 국세청 소득자료가 ‘본사 기준’으로 집계되는 반면, 고용·산재보험 보험료 산정은 ‘사업장 기준’으로 이뤄지는 구조적 차이로 인해 상당수 사업장은 국세청 신고만으로는 보험료 산정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률상 ‘신고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더라도,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사업주가 국세청과 근로복지공단에 각각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중복 신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런 기준 불일치로 인해 약 89만 개 사업장, 전체 223만 개 사업장의 약 40%는 국세청 신고만으로 고용·산재보험 신고를 갈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기존에 연 1회 또는 연 2회로 이뤄지던 신고가 국세청과 공단 각각 연 12회로 전환되면서, 내년부터 사업자가 연간 최대 24회에 달하는 신고 및 정정 업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월별 소득체계 전환을 위해 약 110억 원의 전산시스템 구축 예산과 300명 이상 규모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및 인력 충원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국회에 제출한 반대의견서를 통해, 연 1회 신고를 전제로 운영돼 온 현행 제도를 월 1회 신고로 전환하면 영세·중소사업자의 행정 부담과 비용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정부가 매월 신고대상으로 삼고 있는 상용근로자의 경우, 월 소득 변동 폭이 크지 않아 현행 반기별 근로소득 간이지급명세서와 피보험자격 취득·상실 신고만으로도 충분한 소득 파악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소득 변동성이 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노무제공자는 국세청에 매월 소득자료를 제출하고 있어, 실시간 소득 파악이라는 정책 목적은 상당 부분 달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이번 제도 개편은 입법 취지와 달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납세·신고 협력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사회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