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만 학회장 "세무학, 과학기술과 융합 통한 정교한 정책 대안 제시해야"
한국세무학회(학회장·윤성만)는 지난 18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무궁관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성료했다고 20일 밝혔다.
윤성만 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플랫폼 경제의 확산은 과세 기반과 세정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세무학 역시 전통적 제도 분석을 넘어 과학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보다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이번 학술대회가 세무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장은 환영사에서 “조세와 회계는 단순한 기술적 영역을 넘어 국가 재정의 건전성과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공정의 주춧돌”이라며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조세정의와 세무행정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석학들이 던진 화두 "보이는 손(정부)이 '보이지 않는 손'(시장)보다 커서는 안돼"
메인세션 ‘세무학의 석학, 묻고 답하다’에서는 국내 세무학계를 대표하는 원로 학자들이 참여해 조세의 본질과 법리, 그리고 현대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먼저 김완석 강남대 석좌교수가 ‘유도규범에 따른 조세감면의 폐지와 납세자의 신뢰 보호’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국가가 법률의 형식으로 납세자로 하여금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고, 세액감면 등과 같은 조세우대조치를 부여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었다면 납세자의 신뢰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스스로 제시한 유인에 따라 형성된 납세자의 신뢰를 사후적으로 배반한다면, 조세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정당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조세유인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부론, 250주년 : 시장·국가·정의에 대한 현대적 성찰 - 1776년이 묻고 2026년이 답하다’ 발표에서 “‘보이는 손’이 ‘보이지 않는 손’보다 커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개입이나 규제는 때로 필요하지만, 그 필요성에 관해 거듭 숙고해야 하고 확신이 없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규제는 ‘자기증식적 속성’으로 말미암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입법부가 제정하는 법률에는 일정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차기 한국세무학회장인 박성욱 경희대 교수의 진행 아래 노희천 숭실대 교수, 임태균 전북대 교수, 유호림 강남대 교수가 열띤 토론을 벌였다.
◆ 총 10개 분과 논문발표 진행…보유세 체계, '취득원가' 기반 전환 제안 등
메인세션 종료 후에는 총 10개 분과에서 조세법, 조세행정, 세무회계, 조세정책, 재무회계, 세무연구지원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논문 발표가 동시에 진행돼 학문적·실무적 논의가 이어졌다.
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꼬마빌딩 과세와 과세가격 산정의 문제 소고-미국 헌법상 차별과세 금지를 중심으로’에서 “꼬마빌딩 과세제도는 실질과세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법적 안정성과 납세자 권리 보호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시가와 시가인정 범위 조정, 납세자 감정평가 청구권 도입, 신고편의를 위한 선택적 서면평가 제도, 지역별 임대료 및 수익가격 정보 제공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문경 서울시립대 석사,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의 구조적 문제와 입법정책적 개선방안’에서 “개별 항목을 열거하는 현행 기타소득은 디지털·플랫폼 경제의 확산과 신종소득의 증가에 비춰 볼 때 과세 범위의 경직성, 사업소득과의 구분기준의 추상성, 내부 체계성의 미흡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잔여범주에 한정된 포괄주의적 보충규정의 단계적 도입 △사업소득과의 구분을 위한 정량적 보조기준의 추정규정화 △기본통칙의 체계적 정비를 통한 납세자 사전 예측가능성 제고라는 3가지 점진적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김완용 한양사이버대 교수, 백경엽 국회예산정책처 세제분석2과장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조세지출 개선방안’ 발표에서 △기업 이전 중심 세제에서 지역 산업 생태계 기반 지원형 세제로의 전환 △지방 부동산 시장 안정과 빈집 활용을 위한 세제 정비 △기회발전특구 지원의 정밀화를 통한 민간 투자 유인 강화 등을 제시했다.
박희우·안성희 가톨릭대 교수, 전홍준 신구대 교수는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율 인상에 따른 효과’에서 “현행의 담뱃세를 유지하는 방안보다 정액인상제가 교정과세로서의 기능과 세수확보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매년 150원씩 정액 인상할 경우 현행 대비 약 11억갑(2027년부터 2037년까지 누계) 소비가 감소하고, 약 20조9천100억원의 담뱃세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충진 건국대 교수, 김진태 중앙대 부교수는 ‘주택분 보유세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현행 보유세 체계의 문제점으로 과세표준의 변동성, 응익과세와 응능과세 간 불균형,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간 기능 중복 등을 지목했다.
개선방안으로 “공시가격 기반 과세체계를 취득원가 기반으로 전환하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과세표준 조정”을 주장했다. 또한 “공공서비스의 실질적 수혜자인 거주자에게 일정 부분 과세를 도입해 응익과세 원칙을 강화하는 한편, 재산세를 공공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재정립하고 서비스 수준과 비용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과세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통합해 지방세 중심의 단일 보유세 체계를 구축하고, 거주 중심의 감면제도로 전환하는 한편 세부담 상한제 도입을 통해 조세의 안정성·형평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세무학회 관계자는 “이번 학술대회는 조세의 본질과 신뢰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학문적 성찰과 실무적 논의를 동시에 이끌어낸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조세 분야 연구자와 실무자, 정책 담당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열린 학술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