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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4. (토)

세무 · 회계 · 관세사

발등에 떨어진 불-세무사 징계 규정 누가 끄나?

“세무사회 왜 수수방관하나?" 불만 고조


"변호사(辯護士)가 무단횡단을 했다고 해서 단지 벌금이나 과태료를 물 뿐이지, 변호사 직무에 영향을 끼치는 징계를 받습니까. 그런데 왜 세무사는 자연인의 행위에 의한 처벌도 받고 세무사자격에 대해서도 처벌(세무사징계양정규정에 의해)받는 등 이른바 '이중처벌'을 받습니다."

세무사회는 이같이 "지나치게 엄격한 현행 세무사 징계양정규정이 타 전문자격사와의 법률적·행정적 처벌에 있어 형평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시대흐름에도 역행(逆行)하는 '이중처벌'적 악법(惡法)이자, 너무 가혹(苛酷)한 규정이 아닐 수 없다"며 시대흐름에 맞게 이를 개정해 줄 것을 적극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세무사 징계권을 손에 쥐고 있는 재경부와 세무사에 대한 조사권을 갖고 있는 국세청간 외부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미묘한 입장 차이로 인해 이 규정이 표류하고 있어 여간 문제가 아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세무사회의 입장은 동 규정 개정이 절실하다 못해 절박한 심정이다. 더욱이 세무사회는 회원들로부터 "본회 집행부가 회원들에게 커다란 경제적 손실과 회원으로서의 권리행사에 대한 불이익(재경부로부터 징계를 받으면 국세청에서 조정반 편성을 제외함)을 주고 있는 이렇게 불합리한 규정의 개정완화작업을 적극 추진하지 않고 강건너 불구경(?)하는 것 아니냐"고 징계규정 개정에 발벗고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받고 있다.

엄격히 말하면 징계양정규정에 대한 개정작업 등은 세무사회의 경우 회장이 하지 않고 윤리위원장(위원장·채수인)이 하도록 업무분장이 구분돼 있다.

재경부의 경우도 재경부장관이 이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세제실장(실장·허용석)이 실무 검토를 하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징계양정규정은 법 개정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세무사 징계위원회의 개최 여부'에 달려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재경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세무사 징계위원회(위원장·세제실장) 개최는 국세청에서 세무사를 징계해 달라고 요청하면 60일이내에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양정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징계위원회를 또 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징계위원회는 지난 5월17일경 열려 일부 회계사와 세무사가 자격정지조치를 받는 등 중징계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꼭 1년에 몇 차례 징계위를 개최한다는 규정은 정해져 있지 않다"면서 "징계위가 열린지 3개월도 채 안된 시점에서 또 징계위를 개최하기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로 인해 현실에 맞지 않고, 타 전문자격사에겐 찾아볼 수 없으면서, 더욱이 입법사항도 아닌 문제점을 안고 있는 징계양정규정은 개정 움직임은커녕 변화를 위한 행보에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

이를 두고 국세청 출신 원로 세무사는 "조세정책을 입안하는 재경부, 세정을 집행하는 국세청, 그리고 납세자에게 효율적인 세무대리를 하는 세무사계가 상호 협력하고 지원하는 '삼색조화'가 이뤄지지 않은 채 상호 대치하는 형국을 지향하는 것은 결국 납세자만 피해를 입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의 전향적인 개정 검토를 적극 주장했다.

세무사회는 특히 "세무사징계양정규정 가운데 '비용과다계상' 부분은 사실판단사항으로 조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비용의 정당성 판정시비에 따른 불복청구 등으로 인해 막대한 인적·행정적 손실발생이 우려 된다"며 "지나치게 형량이 높고 세무사사무소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징계양정규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무사회는 이와 관련,징계양정규정 개정을 위해 ▶세무사 비용과다계상부분을 삭제하고 과태료로 부과해 줄 것과 ▶탈세상담 금지의무 규정이 세무사의 성실대리 업무를 저해할 소지가 있어 이를 삭제해 줄 것을 ▶사무직원에 대한 지도, 감독의무를 완화해 줄 것을 ▶세무사가 세무대리업무 수행과 관련해 재경부장관 표창 등을 받는 사례가 있는데 이에 대한 경감규정을 적용해 줄 것 등을 재경부에 요청해 놓고 있다.

특히 세무사회는 사무직원에 대한 지도·감독의무 완화의 경우 "세무사사무실 직원에 대한 관리 감독권이 미치지 않는 근무시간외 또는 사무실 밖에서 이뤄지는 행위 여부 등을 가리지 않고, 사무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인 연대책임을 규정해 직무정지 등을 내리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세무사회가 가장 관심을 두고 개정 완화를 주장하는 부분은 세무사의 직무와 관련된 수입금액누락 및 비용과다 계상부분으로 ▶비용과다 계상부분을 삭제하되, 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과다계상금액이 500만원이상일 경우 직무정지 1개월 또는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토록 하고 있는 현행 조항을 모두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신 ▶누락금액이 3천만원미만일 경우 견책을 ▶누락금액이 3천만원이상일 때 50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동 규정을 대폭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나아가 세무사회는 징계규정 적용에 있어서 이중처벌 등과 관련해 징계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면서 이 때 ▶수입금액누락 및 비용과다계상 부분의 판정기준을 회계연도 별로 구분 계산해야 하며 ▶조세범처벌법에도 포탈세액에 가산세가 포함되지 않고 있으며, 가산세 자체가 의무불이행에 대한 규정이어서 이를 포함시키면 이중처벌 문제가 있는 만큼 계산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산세는 제외함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수임금액누락 적용과 관련,세무사회는 세무사의 수입금액 양성화 비율이 타 자격사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현실화(약 95%이상)돼 있음을 감안, 약정기준과 회수기준의 차이로 인한 수입금액누락에 대해서는 수입금액 자체가 계상만 됐다면 적용대상에서 제외함이 바람직하다고 이의 개정을 촉구했다.

이밖에 세무사회는 세무법인의 경우 인별 징계규정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입금액 등을 세무법인 구성인원(근무세무사 포함)으로 나눈 금액으로 동 규정을 적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같은 세무사회의 징계양정규정 개정(완화) 주장은 확산일로에 있는 세무사의 업무영역 축소를 비롯, 경기악화로 인한 회원사무소 운영의 어려움 등에다 최근 국세청의 고소득 전문직 과세강화 방침과 맞물려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게 될 경우 지나치게 엄격한 징계양정규정으로 인해 적잖은 세무사들이 정부당국의 징계조치를 피해 나갈 수 없다는 위험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세무사회의 주장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우리가 개정할 사항이 아니고, 재경부가 할 사항이지만, 그 당시 징계양정규정에 합의를 해준 사람이 누구냐, 바로 세무사회측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그 당시에 제대로 검토했어야지 충분하고 신중한 검토없이 합의를 해줘놓고 이제 와서 완화해 달라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세무사회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지나치게 엄격한 징계양정규정은 지난 2003년 전임 회장시절 재경부에 회원들의 총의를 모은 설득력 있는 대안 제시 한번 못하고 덜컥 합의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당시에는 회원들이 징계양정규정이 이렇게 가혹한 것인지를 제대로 몰랐었는데, 최근 세무조사를 받아보고 나서야 비용과다계상 부분 등에서 모든 회원들이 자유롭지 못함을 알게 돼 이같이 개정 완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경부 관계자는 "명의위반이나 금품수수, 위장사무소 설치 등 명백한 범법행위의 경우 대부분의 세무사들이 이를 위반하지는 않는다"면서 "지난 5월 징계위원회 당시 비용과다계상부분을 위반한 경우라도 직무정지 등 중징계 조치를 피하고 가급적 과태료 부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회고하면서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큼 조세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 세무사(稅務士)의 기여도가 컸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해 징계양정규정 개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음을 간접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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