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한 핏줄이지만 한 마음은 아닌가 봅니다 당신은 무엇이 바쁜지 급히 가시고 나는 무엇이 바쁜지 이제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에도 세월은 흐르고 흘러 봉분에는 잡초만 한키를 이루었습니다 병실에 누워 집에 가고 싶다는 목소리 중환자실에서 마지막으로 뵌 간절한 눈빛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동분서주하시던 당신 이제는 말없이 흙을 덮고 편안하십니까 하릴없이 나는 여우비를 맞으며 채 여물지 않은 잔디씨만 훑었습니다 당신이 자랑스럽게 남기고 간 아들 나는 아직 삶의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술잔은 비고 빈 술병만 남았는데 당신은 어스름한 땅거미가 되어 산 자는 산을 내려가야 한다고 자꾸만 내 등을 떠밉니다 마음을 떠밉니다 자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