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권리구제의 대표적 행정기관인 국세심판원이 심상치 않다.
세무대리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9월 중순인 약 3개월여동안 심판청구에 따른 인용비율이 급격히 낮아져 종전 평균 인용률 20%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16%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고로 국세심판원 심판청구 연도별(최근 5년) 접수 처리현황에 따른 인용률을 보면 지난 2000년엔 35.7%, 2001년은 34.2% 2002년엔 33.1% 등이던 것이 지난 2003년 40.2%로 껑충 뛰었다. 그러다 지난 2004년엔 35.8%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 국세심판원의 평균 인용률은 35.8%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의 20%선에도 못 미치는 이같은 인용률은 국세심판원의 지난 10여년간 심판청구 처리건수 통계를 볼 때 전부 취소는 물론 일부경정, 재조사결정 등 인용률이 점차 증가되는 추세와는 정면으로 배치돼 심판원 본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게 조세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내에서 세무사 사무실을 20년 넘게 하고 있다는 A某 세무사는 "납세자(納稅者)가 조세문제로 법원(法院)에 가게 되면, 고액의 변호사(辯護士) 선임비용을 지불할 뿐만 아니라 2∼3년씩 소송(訴訟)문제로 시달려야 한다"면서 "그나마 소액소송은 비록 승소(勝訴)하더라도 과다한 비용 때문에 송사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세무대리를 전문으로 하는 B某 회계사는 "준 사법기관인 재경부 산하 국세심판원에 행정심판제도를 두게 된 취지는 행정의 자기통제와 자기반성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면서, "납세자가 법원을 통한 구제절차보다 그 절차가 월등히 간편하고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는 점에서 납세자 권리구제에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직 국세청 출신 C某 세무사도 "과연 국세심판원이 납세자 권익보호기관으로서 그 기능을 다하는 것인지에 의문이 간다"고 전제하고, "예년 평균 40%에 달하는 구제율보다 크게 낮아져 최근 청구한 납세자들은 사실상 절반이상이 구제를 받지 못한 꼴이 됐다"며 국세심판원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같은 국세심판원의 갑작스런 인용비율 감소원인과 관련, D某 변호사는 "각 심판관 회의의 취소 및 경정결정 등에 대해 행정실의 조정검토를 거쳐 원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그렇게 된 것 같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때 원장이 당초 처분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그 취지를 당초 심판관에게 설명해 재결정토록 하든지 아니면, 심판관 전원합동회의를 소집해 재심의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재량권의 지나친 행사로 기각결정 지시를 한 것으로 여겨지기에 충분하다"고 말해 인용률 저하의 근인(根因)이 원장에게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점을 던졌다.
이 변호사는 이어 "이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관련업계에서도 이미 정평이 난 사실"이라면서 "최근에는 국세심판원의 이러한 인색한 결정을 두고 차라리 국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가 됐다"며 세무대리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같은 세무대리업계의 주장에 대해 심판원의 한 관계자는 "상임심판관(국장)에게 독립적이며 고유의 권한을 부여한 만큼, 누가 뭐라해도 자신이 소신을 갖고 판단해야 할 사안이 아니겠느냐"면서 "심판관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소신을 굽히지 말아야지 소신을 굽혀서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인용률 저하요인이 원장보다는 심판관에게 더 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