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입안해 국회 재경위에 제출한 성실납세제 도입 법안이 한때는 여야 모두 '유보'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근래들어서면서부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킨게임’의 볼모로 잡혔던 ‘성실납세제’가 조만간 통과될 조짐이다.
직능단체인 세무사회는 성실납세제 도입에 대해 ▶투명성을 상실한 제도 ▶징세에 도움이 안 되는 제도 ▶무자격 세무대리인만 양성시킬 우려가 큰 제도 등의 이유를 들어 적극 반대를 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사업규모가 적고, 거래내역이 노출되어 회계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성실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성실납세제 시행 의지가 확고하다.
이른 바 재경부는 이들 중소사업자가 복잡한 세법지식이 없더라도 단순, 표준화 된 방식에 의해 ‘스스로 세금계산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함으로써 세금(稅金)에 신경 쓰지 않고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납세편의 지원책을 제도화 하겠다는 것이다.
성실납세제는 지난해부터 1년여가 넘게 적극 도입을 주장하는 재경부와 도입에 반대하는 세무사회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를 전개해 오는 양상을 보여 왔다. 재경부와 세무사회는 제각각 자신들의 주장만을 고수한채 평행선을 달려왔고 절충을 위한 접근책도 쉽지 만들어 지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국회 재경위 조세법안심사소위로 성실납세제라는 공이 넘어 왔다. 결국 정치논리가 개입될수 밖어 없는 일.
집권여당인 우리당은 이 제도 도입에 적극 찬성하고 나선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이를 아예 ‘당론’으로 채택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여 야 정치세력간 성실납세제 도입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여 온데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다수의 영세 중소사업자를 염두 해 둔 이들 두 정당 간에 표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세무사계 사람들의 분석과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나라당이 절충안을 들고 나왔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성실납세제 도입에 그렇게 반대했던 한나라당이 EITC(근로장려세제) 도입을 하지 않는다면 대신 성실납세제 도입에 찬성해 주겠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이같은 입장으로 인해 성실납세제가 조만간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황이 반전되자, 성실납세제 도입에 결사반대했던 세무사회도 입장 선회가 불가피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와 관련 임향순 세무사회장은 “사업자가 성실납세 적용을 신청하는 경우 세무서장은 세무사와 공인회계사가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거쳐 승인토록 명문화 했는데, 이 자체만으로도 큰 수확을 거둔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하고 “7천3백여 회원의 총의를 모아 지난해 간편납세제도 도입을 합리적으로 저지한데 이어 이번에는 요건도 크게 완화된 만큼 성실납세제 도입을 반대할 더 이상의 명분이 없지 않느냐”며 대선을 앞둔 정치논리 앞에 자꾸만 작아진 직능단체의 무력감(?)을 피력했다.
이와관련 세무사회 고위 임원을 지낸 모 인사는 “성실납세제가 도입되면, 세무사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재경부가 요건을 크게 완화 했다고는 하지만, 일단 근거 법안을 마련해 ‘발을 담궈 논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이 제도는 재경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시행 뒤 나타날 악영향을 크게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