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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0. (화)

'벼룩의 간'을 빼먹은 2007년 예산심의


작년말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킨 2007년 예산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연 무엇 때문에 여야가 그토록 싸웠는가' 새삼 의문을 갖게 한다.

 

국회가 확정한 금년 예산규모는 총 163조3천600억원이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예산액에서 1조3천500억원을 삭감했다. 문제는 삭감 규모보다 삭감 내용이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현안이 돼 있는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서민복지 증진 등 이른바 '민생예산'이 삭감의 대종을 차지한 것이다.

 

독거노인 도우미 지원 등 노인복지예산이 603억원 삭감됐고, 아동복지교사 사업과(36억원), 장애인지원예산(32억원)이 삭감됐다. 또 국민임대주택 건설사업예산 200억원을 비롯해서 일자리 창출 예산 311억원, 부품소재 가술인력양성 예산 400억원 등이 삭감됐다. 전체 삭감규모에 비해 얼마 안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 데서 '벼룩의 간을 내먹지'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다른 분야에 비해 예산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로·지하철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투자와 국회의원 의정활동지원비 등은 당초 안에서 무려 2천60억원이나 늘었다. 사회간접자본투자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서 생색내기에 아주 좋은 '재료'다. 서민경제와는 거리가 먼 예산은 늘고, 일자리 창출과 서민 복지를 위한 예산은 깎인 이 현상을 두고 예산심의 당사자들은 무슨 변명을 할지 궁금하다.

 

바로 이런 것을 예상해 본지는(2006년12월14일字) 졸속 예산안 심의를 걱정하고 심층심의를 촉구 한 바 있지만,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예산국회 진행과정에서 여야가 핏대를 세우며 쟁탈을 벌인 것이, 결국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 자신을 위한 싸움이었던 셈이다.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고 확정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이다. 하지만 그 권한은 위민(爲民)을 전제로 한 것이다.

 

올해부터 국가재정법이 시행된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국회의 '예산 장난'이 없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년 예산국회 이전에 정밀한 예산심의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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