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반적으로 40대 정도의 직장인이라면 매년 20건 이상의 청첩장이나 부고 통지를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혼인식이나 장례식에 오는 손님의 수에 따라 해당 가족의 사회적인 신망척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자주 왕래가 없는 사이에도 알리는 경우가 많다. 서구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혼인식의 경우 결혼 당사자를 중심으로 초대 손님이 결정되며, 장례식의 경우에는 고인(故人)을 중심으로 조문객이 정해진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식은 결혼 당사자 보다는 그들의 부모님이 주인공이고, 장례식은 상주(喪主)를 중심으로 치러진다. 그래서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고, 정승이 죽으면 별 볼일 없다는 얘기가 나온 듯하다.
2. 그런데 우리네 관습상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빈 손'으로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근로소득자의 입장에서는 이 금액이 제법 만만치 않을 것이고, 세법상 비용으로 공제되지 않는다. 물론 근로소득공제금액 축의금이나 부의금이 반영돼 산정됐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현실적인 금액이 반영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반면, 자영사업자의 경우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필요경비로 인정돼 과세소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물론 세법규정은 업무관련성을 기준으로 업무와 관련이 없는 것은 경비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관련이 있는 경우에도 이를 접대비로 봐 손금한도액의 범위 안에서만 경비로 인정하고 있어, 전체 금액이 경비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는 현실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어서, 추가적인 공제가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근로소득자 보다는 훨씬 '나은' 형편이다.
3. 종전 세법에서는 본인 및 가족의 혼인과 장례가 있는 경우 100만원씩 공제해 주던 제도가 있었는데, 해당 조항의 적용대상이 극소수이거나 아니면 현실적으로 공제되는 금액이 너무 적어서 실효성이 없는 제도로 판단돼 삭제됐다. 납세자인 본인이 혼인하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데, 세법상 겨우 100만원을 공제해 준다는 것이 현실적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오히려 결혼을 늦게 하거나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가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본인이나 가족의 혼인에 대한 세법상 공제액은 현실을 반영해 대폭 상향조정돼야 하나, 그나마 있던 제도조차 없어진 형편이다.
4. 아무튼 근로자가 연간 통상적으로 경조사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100만원을 상회한다고 한다면, 자영사업자와의 세부담 형평성 차원에서, 이를 공제해 줄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과세관청은 세수입 일실 및 사후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반대할 수 있다. 세수입의 일실은 예견될 수 있다. 그러나 MB정부의 감세논리를 적용하면 못할 것도 없다. 감세논리에 따르면 감세되는 부분은 소비행위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감세가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근로소득자의 자영사업자와의 세부담 차이에서 오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 정도의 세수 일실은 충분히 허용되는 범위 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법인세나 소득세 세율을 무작정 몇%씩 인하해 몇조원을 축내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5. 또다른 반대이유로 축의금이나 부의금이 아예 부정의 수단으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법하다. 그러나 사회학에서 흔히 말하는 것처럼 문화는 관습(custom)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믿음이나 관념의 체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관습은 바로 법의 존재기반 또는 법의 원천(Source of Law)이 된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윌리엄 썸너(William G. Sumner)의 '법은 관습을 변화시키지 못한다(Law ways cannot change folk ways)'라는 말은 바로 이를 의미한다. 구체적인 예로, 1993년에 제정된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에는 청첩장 등 인쇄물에 의한 하객 초청, 화환 등의 진열 금지 등을 담고 있었지만, 실제 국민들의 경조사에서는 여전히 널리 행해져 있었던 것이다. 결국 실정법과 국민들 사이의 살아있는 법(Living Law) 사이의 불일치를 견뎌내지 못하고 1999년도에 폐지되고 말았다.
6. 그렇다면 남아 있는 것은 부의금을 받은 사람이나 축의금을 받은 사람에 대한 세원관리의 문제이다. 판례는 축의금은 부모님의 것으로 간주해 설사 혼인한 자가 이 자금으로 주택을 구입했다고 해도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있고, 부의금에 대해서는 특별한 다툼이 없다. 그 이유는 부의금에 대해서까지 과세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사회적인 통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됐든, 이와 같은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서 경조사비 공제를 받고자 하는 경우 그 입증책임을 근로자인 납세자에게 둬 일정금액까지만 인정하고, 현재 기부금 공제처럼, 축의금이나 부의조금을 받는 자의 인적사항을 기록해 보고하도록 하고 이를 누적해 관리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되면 추후 증여세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통해 입증과 검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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