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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09. (목)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곽태원 서강대 명예교수

 친기업이라는 구호로 시작된 이명박 정권의 후기가 대기업들에게는 오히려 수난의 시기가 되고 있다. 친기업을 표방한 것은 왕성한 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고 거기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전략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뜻밖에 우리 경제를 강타했던 세계 금융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고 실업문제 해결에도 나름대로의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 감세정책에도 불구하고 세수는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경제 체질도 크게 개선돼 최근 유럽발 금융위기에도 우리의 기업이나 금융부문은 흔들림이 없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조선, 철강, 전자산업 등에 이어 자동차 산업의 약진까지 나타나 이 시대의 우리 국민들은 우리 역사에서 선례를 찾을 수 없는 자긍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공정사회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특히 포퓰리즘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복지 프로그램들을 경쟁적으로 들이밀던 정치인들이 대기업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에서도 뒤질세라 도에 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부 언론도 이에 가세하고 있고 덩달아서 적지 않은 국민들이 합세하고 있다. 어느 틈에 대기업들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려는 구시대적 조치들이 시장에 끼어들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복음서에는 간음하다가 발각된 여인을 정죄하는 바리새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여인을 예수님 앞으로 끌고 왔을 때 예수님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들어 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율법을 들이대며 서슬 퍼렇게 여인을 정죄하던 바리새인들은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기업은 기업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정치인은 정치인대로 그리고 언론은 언론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다시 말해서 모든 국민이 자기 위치를 성실하게 지킬 때 그 사회는 건강하게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책임은 외면한 채 다른 사람들의 책임을 거론하면서 서로 비판하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 책임으로 말하면 대기업들은 그래도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적 책임은 매우 잘 완수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기업이 충분한 수익성을 유지해 경제성장에 건강하게 기여했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 이것은 고용의 창출과 유지, 직접 및 간접적인 재정에의 기여 등 우리 사회의 유지를 위한 매우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적인 책임이나 윤리적인 책임에 있어서도 글로벌 경쟁에 노출돼 있는 우리의 대기업들은 외국의 주요 다국적 기업들에 비해 눈에 띄게 뒤쳐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자선적 책임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보다는 기업의 대주주, 고액 연봉자 등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기업 차원에서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기업의 선의라기 보다 기업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며 또 그런 경우에나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대기업을 공격하는 사람들 혹은 그러한 사람들의 조직이나 집단은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수행했는가? 다른 집단들은 잘 몰라도 우리나라의 정치기구나 정치인들이 우리나라의 대기업이나 기업가들만큼의 양식을 갖고 책임있게 자신들의 책무를 수행한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해 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필자 뿐은 아닐 것으로 본다.

 

 대기업이 다 옳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대기업이 존재하고 활동함으로써 우리가 얻는 여러 가지 이득에 대해서 인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법규를 어길 때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물론 규칙은 합리적이어야 하고 그 적용은 공정해야 한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자기 나름의 잣대를 가지고 와서 기업들을 비판하고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한 노력은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기 위한 연구와 논의에 투입해야 할 것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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