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서 현역 의원의 자료를 인용하며 '국세청과 관세청 등 국세 징수기관이 잘못 부과한 세금이 총 9조137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중에서 '관세청은 지난 5년간 총 7,534억원의 세금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실과세에 대한 납세자의 권익 보호문제를 함께 언급했다.
관세당국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정당한 부과권을 확보하기 위해 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행정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고, 납세자는 충분히 자기방어권 행사를 하지 못한 경우 조세불복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과세권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납세자의 조세저항을 줄이고, 불필요한 쟁송으로 인한 행정비용과 납세비용을 절감시킬 방안은 없을까.
첫번째는 사전소명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해 원천적으로 분쟁의 여지를 줄이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관세당국의 기획심사(특별세무조사의 일종) 또는 법인심사(정기세무조사와 유사) 과정에서 기업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실상을 살펴보면 과세당국의 입장에서는 촉박한 심사일정으로 인해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기업의 전반적인 수출입 통관자료, 회계자료, 외환자료, 기타 ERP, 환급자료 등을 검토하느라 분주하다. 반면에 납세자의 입장에서 보면 제출된 자료에 대한 견해 차이, 사실관계 등 충분히 소명할 시간이 없음을 하소연한다.
관세법 제112조에서는 관세전문가에게 조사에 입회하게 하거나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심사 및 조사현장에서 납세자(대리인)의 의견진술권 및 자기방어권을 행사하도록 충분한 기회를 부여해야 하고, 고의적인 포탈 의도가 없는 한 소명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소명과정에서 납세자가 수긍한 명백한 과세건은 현장지도를 통해 성실 자진납세를 유도하는 방법이 양자 모두에게 바람직하다.
두번째는 조사 및 심사과정에서 납세자로부터 받는 '확인서' 징구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심사관(또는 조사관)에 비교하면 납세자는 상대적으로 열등한 지위에 있기 마련이다. 납세자가 충분히 소명 기회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관세당국으로부터 '확인서'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에는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납세자 자신이 법령위반의 내용, 사실관계, 파급효과 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납세자 자신의 귀책과 처벌을 염려해 작성을 거부하거나 서명을 거부하는 것으로 연결되기 쉽다. 이러한 줄다리기 긴장은 심사 및 조사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소위 '확인서'에는 보통 사실관계, 업무경위, 위반법 조문 및 내용, 작성자의 서명 등이 포함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확인서'에 서명하는 순간 항복문서(?)로 받아 들이는 경향이 있고,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과세근거의 종결자(?)로 인식하기 쉽다.
앞으로는 '확인서'를 둘러싼 갈등을 줄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실질심사과정에서 납세자의 심리적 조세저항을 불러 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 행정심판 및 재판과정에서 실질적 입증서류가 제시되는 경우에는 당초에 작성된 '확인서'는 더이상의 증거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세당국 입장에서도 '확인서'에 의존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의 확인, 객관적 자료의 확보를 통해 과세근거를 취합하는 방법이 향후 쟁송과정에서 부과권을 확보하는데 더 용이할 수 있다.
세번째는 수검자료의 부재 및 불균형으로 인한 납세자의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
관세당국은 지속적인 전산시스템을 개발해 방대한 수출입통관 자료, 외환자료, 세적자료, 회계자료 등 정보수집 능력이 향상됐고, 이를 바탕으로 취합한 자료를 조합 및 상호대사하는 분석능력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반해 납세자는 수출입 통관 자료 정도를 보관하고 있고, 나머지 관세 및 외환 업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춘 경우가 많지 않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입증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관세법 제117조에는 '세관공무원은 납세자가 납세자의 권리의 행사에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이를 신속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납세자가 관련 정보 부재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동조 후단에는 '이 경우 세관공무원은 납세자가 요구한 정보와 관련돼 관세청장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자가 반드시 알아야 된다고 판단되는 기타 정보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출입 기업이 수출입 통관 정보, 외환거래 내역, 관세환급, 수출입 요건 확인 등의 정보가 각 부서별로 흩어져 보관돼 있는 경우가 많고, 수출입 자료가 체계적으로 통합정리돼 있는 경우가 드물다. 장부 및 자료를 은닉할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기본적인 서류와 파일을 찾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심사 및 조사 과정에서 납세자가 관세당국에게 자기 정보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해당 자료를 신속히 제공해 사실관계에 대한 정보 부재 및 불균형으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세당국은 부실과세를 줄이기 위해 여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실질심사후 결과통지서를 송부하기 전에 실무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처분위원회'를 정례화해 과세의 적합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과세가격에 대해 첨예한 쟁점이 발생한 경우에는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관세평가협의회'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회의 개최 일정을 알지 못해 소명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비록 (법정위원회가 아니므로) 납세자에게 통지할 의무는 없다 하더라도 사전청문제도의 취지를 감안해 납세자의 출석의사를 확인한 후 자료 제출 및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사전청문 제도는 관세당국의 신뢰를 높여 과세권 확보에 기여함은 물론 처분청의 행정비용과 납세자의 기회비용도 절감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