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오제세 의원이 스위스의 슈나이더 교수가 추정한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GDP의 27.6%)를 인용하며 선진국들보다 지하경제 규모가 크니 이를 축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조세연구원 추정치는 슈나이더 교수의 추정치보다 훨씬 작다는 점을 언급하고 지하경제 축소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다음에서는 지하경제의 의미를 살펴보고 다양한 추정치가 나타나는 이유, 추정 결과의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지하경제는 국민의 경제활동 중에서 정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 즉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이렇게 정의하면 그 뜻은 명확하지만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추정하려고 보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가 포착하지 못하는 경제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가사노동과 같이 본인이 생산해 시장에서의 거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사용하는 경우와 마약, 매춘과 같은 불법적인 거래일 것이다. 전자는 거래 자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그 활동을 포착하기 어렵고 후자는 거래자가 의도적으로 거래를 감추기 때문에 그것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연구에서 이들을 제외하고 합법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기는 하지만 국가의 공식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거래의 규모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합법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제활동이 국가의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누락이나 오류일 수도 있고, 거래 주체가 의도적으로 거래 사실을 감추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지하경제에 대한 연구가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후자이다. 거래 당사자가 의도적으로 거래를 감추는 이유는 정부의 규제를 피하거나 거래에 수반하는 책임을 회피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시장에서의 규제와 세금이다. 최저임금제, 청소년 및 외국인 고용에 대한 규제 등 노동시장에서의 규제, 각종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납부의무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학자들이 지하경제 규모를 추정하기 위해 매우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근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부분을 추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추청치나 지표가 지하경제를 잘 표현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각각의 방법이 나름대로의 장점과 문제점을 갖고 있다. 최근에 많이 언급되는 추정방법 중에 DYMIMIC이라고 불리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세금, 노동시장의 규제 등 지하경제를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과 현금통화의 규모, GDP 등 지하경제 규모를 반영하는 지표들을 종합해 구조방정식을 만들고 그 구조방정식을 통해 보이지 않는 변수인 지하경제의 지표를 도출해 내는 방식이다. 기존 연구들에 비해 많은 변수들을 포함시킨 종합적인 분석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으나 추정결과가 정확하게 지하경제의 규모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으며 사용하는 변수와 분석방법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변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 방법을 고안한 슈나이더 교수가 추정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GDP의 28% 수준이다. 한편 한국조세연구원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보다 잘 설명할 것으로 보이는 변수들을 사용해 유사한 방법으로 추정한 결과에 의하면 17∼18% 수준이다.
추정방법의 문제점, 결과의 상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하경제 추정결과 나타난 절대적인 규모 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다만 동일한 방법으로 추정했을 때 추이가 어떻게 변화되는지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슈나이더 교수의 추정치는 최근에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반면 한국조세연구원의 추정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나라에서의 세원투명성 개선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슈나이더 교수의 추정치보다는 한국조세연구원의 추정치가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다 잘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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