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563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일제히 열린 제18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 7일을 끝으로 3주 동안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당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前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참여함으로써 한층 높은 정책국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들 두 유력 대권주자들이 각 분야에서 비전과 철학을 담은 내용을 국감이라는 장을 빌려 공개할 것이라고 관측돼 피감기관인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등도 국감에 앞서 바짝 기장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기대와 달리 여야 모두 국감보다는 총선·대선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 전략을 마련하는데 전념하는 모습이서, 전반적으로 국감에는 소홀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감에서는 ▷역외탈세 문제 ▷개인정보 유출 문제 ▷인사와 관련된 문제 ▷체납징수업무 민간 위탁 문제 ▷지하경제 축소 문제 ▷전관예우 문제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제1야당 대표인 손학규 의원은 찾아 볼 수조차 없었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국감장이 아닌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당산초등학교로 향했기 때문.
또한 박근혜 前 한나라당 대표도 국감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굳건히 지키지 않고 오전 질의가 끝난 후 자리를 떠 국감 분위기를 반감시켰고, 29일 진행된 지방국세청 국감장에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두 거물들이 국감을 대하는 행태가 이러다 보니 다른 의원들도 송곳 같은 질의로 수감 기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보다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국감을 마무리하는 모양새였고, 심도 있는 정책 심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감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행정부와 사법부 등을 대상으로 잘잘못을 현장에서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으로, 국회 고유의 특권이자 의무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국회는 이런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았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국감은 피감기관의 주요 현안업무에 차질을 빚고 업무추진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는 핀잔을 들으며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감이 국민에게 사랑을 받으며 계속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감사기간만큼은 정권창출보다는 감사의원들의 성실도와 감사의 질을 높이는 데 좀 더 많은 신경을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