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가 심상치 않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PIIGS 5개국(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국가들의 재정상황이 악화됐고 이들 지역의 채무위기 극복에 실마리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제금융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당연히 소규모 개방경제에다가 빗장이 활짝 열린 우리나라의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그리스의 디폴트라는 국제금융시장의 시한폭탄에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하락까지 이어져 우리의 환율과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그리스에 긴축정책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을 이행점검에 연계시키고 있는 트로이카(EU,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실사단은 민영화를 통한 재정적자 축소를 압박하고 있다. 증세나 복지 축소를 통한 재정 감축은 아무래도 저항이 따르기 때문인 바 공공부문의 효율성, 생산성도 증대하고 투명한 경제재건을 위해 민영화를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를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가 유럽 은행들로 번지며 실물경제까지 위협하자 유럽중앙은행은 역내위기가 유로권 자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유로권 전반의 재정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로동맹의 근본적인 손질, 즉 회원국이 재정감축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유럽연합차원에서 구제하기보다는 경제자주권 포기 규정을 강화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전되고 있다. 지방정부 재정파산의 경우 중앙정부나 주정부가 지방정부의 자치재정 권한을 중단시키고 강제적으로 긴축살림을 운영하는 것과 유사한 기제로 이해된다.
유럽 17개국은 유로화라는 통화동맹으로 엮어져, 한 국가의 재정위험이 다른 국가로 전염될 수 있다. 프랑스 민간 및 정부 부문이 그리스 부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독일도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바 이들의 자금 회수시 재정위험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도 1990년도 중반부터 재정적자 및 부채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2008년 이후 국가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섰다. 이탈리아 정부의 긴축예산안이 통과됐으나 자구 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부문은 여전히 후진적인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두번에 걸친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문제는 금융시장뿐 아니라 예금자, 투자자, 감독체계 등 전반적으로 만연된 잘못된 관행을 드러내고 있는 바 근본적인 개혁으로 접근하는 정공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정부가 내년 예산안과 2011∼2015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나라살림은 올해보다 17조원 늘어난 326.1조원으로 편성됐다. 총수입은 경제성장률의 하향조정(4.8%에서 4.5%로)에도 불구하고 344.1조원으로 전망돼 재정건전성 회복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공약대로 2013년 균형재정을 위해 총지출증가율을 총수입증가율보다 4%p 낮게 편성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일자리 창출, 그리고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한 대응 등으로 쉽지 않은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건전성을 담보하는 재정규율의 제도화와 함께 위험관리에 초점을 맞춘 금융산업의 획기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도,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우리의 건전한 재정이 튼튼하게 뒷받침할 수 있어 위기 극복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재정에 의지하는 금융부문이 건전할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가 닥치면 외화 차입의 대규모 상환 요구와 외국인 증권자금의 유출로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거시경제가 불안해진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지금은 주요국 은행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한 안정적인 통화 조달방안 마련과 함께 거시재정의 건전성 관리에 진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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