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미국 의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됐다. 이제 내년 1월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우리 국회의 비준안 동의 절차만을 남겨 놓게 됐다.
하지만 한미 FTA 발효가 우리나라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불공정한 협상이라는 의견이 팽배히 맞서고 있다.
물론 한미 FTA 발효는 미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상대로 자유로운 통상거래를 통해 국익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많은 기대감을 낳게 하고 있다. 또한 신규 고용 창출을 비롯 GDP의 상승, 한미 동맹관계의 발전 등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도 크다.
하지만 미국의 입맛에 맞춘 퍼주기식 협상을 통해 체결된 한미 FTA가 그 본래의 의미를 저버린 채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에도 동감이 갈 수 밖에 없다.
사실 한미 FTA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뒤로하고, 모름지기 협정이란 상호간의 득실을 계산해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체결돼야 하지만 한미 FTA가 독소조항을 포함한 불공정 협정으로 변질돼 논란을 낳고 있다.
이미 지적됐듯 한미 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경우 초국적 투기자본이나 기업이 자신의 이윤 확대를 위해 상대국가의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어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미 의회가 처리한 한미FTA 이행법안에는 "한미 협정과 충돌할 때 미국법이 우선하며, 한국인은 한미 협정을 위반했다고 해서 미국에 소송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도 되돌릴 수 없게 하는 래칫조항이나 개방해야할 분야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방하지 않을 분야만을 적시하는 조항 등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다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는 조항들이 많다.
예를 들어 국내 쌀농사가 전폐되고 필리핀처럼 국민들이 쌀 배급을 받는 상황이 되도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으며, 카지노 및 미국식 피라미드판매업 등 서비스 산업이 국내에 들어와 자국민이 피해를 입어도 아무 말 없이 이것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외교와 협상은 양국의 상호이익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이뤄져야 하는데 한미 FTA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씁쓸함을 지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수십 년간 재협상 및 폐기, 변경도 불가능해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돌이켜보면 지난 1876년에도 우리나라는 일본의 함포외교의 강압에 눌려 병자수호조약(강화도조약)이라는 이름으로 불공정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힘없는 백성들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으며, 민중들은 자유무역에 거세게 항거하고 갑오농민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갖게 하고 있다.
한미 FTA가 대세라면 따라야 할 수 밖에 없겠지만 최소한 우리도 '미국과 똑같이' 한미 FTA 협정 조항이 한국법과 충돌 할 경우 FTA 협정 내용을 굳이 '안 지켜도 되는' 이행법을 통과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