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관(물류)의 리드타임은 원재료 투입시기 및 완제품 납기와 연관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물류비 증감에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수출입 통관(물류) 절차는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속도 전쟁은 기업에게 예측하지 못한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 관세법 및 각종 특별법에서 정하는 신고, 허가, 승인절차를 누락하거나 외환거래법상 신고절차를 누락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관세청 기업조사 과정에서 고의적인 탈세, 환치기, 외화 도피 보다는 단순절차 위반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인 법규준수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단순 신고절차 위반에 대해 과태료로 전환하거나 사전신고 대상을 사후에 신고하도록 하면 어떨까.
물론 '환치기, 외환도피사범, 무역거래를 가장한 역외탈세 등' 사회적 법익 침해가 큰 범죄에 대하여는 더 중하게 처벌을 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수출입통관 질서의 확립과 외환거래 질서의 공익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순절차 위반 및 관세법에 정한 '수출입 통관신고' 이외의 각종 신고 위반에 대하여는 행정적 제재로 대폭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첫째, 수출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미한 각종 신고절차 처벌규정을 대폭 과태료로 전환하는 방법을 검토해 보는 것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수입신고 수리시점 또는 특정의 행위 시점에 관련규정을 생략하거나 신고 절차를 누락할 경우에 징역 및 벌금(일정금액 이하의 경우에는 통고처분 및 과태료)등 형사 및 행정적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출입 요건 확인 대상으로 규정돼 있는 경우에 이를 해태하는 경우에 '부정수입죄'로 처벌되거나 특별법에서 정한 죄로 처벌된다. 또한 외화 도피의 혐의가 없는 채권채무의 상계, 특정의 거래에 대한 기간초과지급 및 영수, 제3자 지급 절차 위반 등도 외환거래법 위반이 된다.
이러한 각종 신고의무는 원인행위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외환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그 죄를 면하기 어렵다.
빠른 물류와 맞물려 있는 관세실무 업무를 진행할 때에 업무태만 및 실수로 신고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비교적 경미한 위반에 대해서 기업인을 전과자로 만들기 보다는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특별법에서 정한 승인,허가, 신고절차 위반에 대한 제재, 외환거래법의 경우에 재산 은닉 및 외환 도피의 의사가 없을 때에는 사후 보완하는 것을 담보로 하여 필요 최소한의 도구로 행정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국제무역환경과 거래관행에 비춰 관세법, 외환거래법, 대외무역법, 기타 특별법에 규정된 사전신고 대상을 일정기간 이내에 사후신고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수출입 기업은 관세법, 외환거래법, 대외무역법, 각종 특별법 등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물품의 이동에 대한 수출입신고, 식품위생법 등 특별법에서 정한 신고의무, 용역대금과 자본대금의 이동에 따른 외환당국의 사전신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하는 법규준수 의지와 내부통제시스템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기업의 회계와 세무처리는 보통 일정 기간 단위로 신고되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처리할 수 있는 반면, 통관절차와 결제는 물류흐름과 맞물려 있어 매우 빠르게 집행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단순 업무 착오로 인해 신고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관세 감면을 신청하는 경우, 양허관세를 신청하는 경우, 요건확인 대상 물품인 경우에 반드시 수입신고 수리 전까지 신청 또는 신고(승인, 허가)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또한 현행 외환거래법상 용역대금의 이동과 자본대금의 이동이 있는 경우에 외환당국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그동안 관세법, 외환거래법 등 무역관계 법규의 신고 및 처벌규정이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완화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물류 및 무역환경에 맞춰 신고 시점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자율신고(심사)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 특정 법익의 침해에 대해 형벌보다는 과태료 등 행정 제재의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 행위와 처벌조항의 균형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 관세법 하에서는 수입신고시점에 납세의무 성립과 동시에 확정되므로 수입신고 수리 이후에 확인해 적용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곤란할 수 있다. 또한 외환거래법 및 수출입 요건을 정한 특별법의 경우에도 원인행위 발생 이후에 신고를 허용하게 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수출입 기업의 자율 점검 및 시정의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자발적 법규 준수를 유도하고 나아가서는 수출입 기업과 행정기관이 상호 규제적 관계에서 자율협력적 관계로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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