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 국의 재정자금 투입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듯하더니, 이번에는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에서 촉발된 금융 불안이 다시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2008년 이후 경기 더블딥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는 그 불투명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더욱이, 원유 및 농산물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촉발된 인플레 조짐까지 있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작금의 금융위기는 직접적인 원인은 다를지 모르지만 공통된 기본 원인 중 하나는 금융의 비대화를 꼽을 수 있다.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금융은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산업구조의 변화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에 편승하여 급성장하여 왔다. 미국과 영국 등이 금융산업을 국가 주도산업으로 지원하게 되면서, 대공황 이후 지켜져 오던 수많은 금융규제법이 폐지 내지는 완화된 결과, 단기 수익률 제고를 위한 자본의 국제적 이동이 급증하였고, 파생상품 등 새로운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시장의 자율적 규제는 작동하지 않았고, 수익률 특히 단기수익률 극대화에 따른 위험관리의 소홀, 파생상품의 등장으로 인한 수익률 구조의 복잡화에 따른 감독의 사각지대 발생 등이 모두 금융위기 발생의 원인으로 주목된다. 최근 미국 금융중심가에서 'Occupy Wall Street'로 표현되는 99% 대중의 분노가 표출되었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공유화로 요약되는 금융권의 과도한 이익추구 행태에 대한 반발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기 해법에 대한 의미있는 관점이 있어 소개한다. 금융시장은 본질적으로 과점시장이며 규제가 완화된 상태에서의 효율성 제고란 국제금융계의 큰 손들이 보다 적은 비용으로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주장이다. 당연히 규제가 없을수록 시장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러한 생각은 현실을 호도할 수 있다. 금융시장의 주인은 금융당국과 긴밀히 연계된 소수의 큰 손들이고, 대마불사의 원리가 작동한다. 금융시장에서의 무한 수익실현 욕구를 적절한 수준의 규제를 통해 제어하는 것만이 또다른 금융위기를 방지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 수준과 행태를 돌이켜 보면 이러한 관점에 귀를 기울여야 함을 알 수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1998년 IMF 외환위기와 지난 2008년 경제위기를 혹독히 겪었고 최근 저축은행 사태를 보더라도 아직까지 후진적인 면모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규모 면에서 국제 금융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운 만큼 미래의 금융위기에 대비하여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금융거래세의 도입 및 지역통화기구의 설립과 같은 제도 정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사회후생함수를 가정하고 모든 사람의 사회적 한계효용이 일치하는 점에서 그 나라 후생이 극대화된다고 한다. 이러한 상태를 지복점(bliss point)이라고 하던가. 분배정의에 대한 교과서적인 해답은 단순하다. 1% 부자의 한계효용이 99% 빈자의 한계효용보다 작다면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을 가장 적게 왜곡하는 형태로 재분배정책(세금과 공적 부조)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후생함수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케네스 애로우 교수가 갈파한 불가능성 정리가 나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에 있어서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간의 클럽적 인적 교류관계는 어떠한 입장에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금융위기는 제도의 정비와 제도가 취지대로 지켜질 때 극복되고 예방할 수 있다. 결국 조화로운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독립성 보장이 관건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 금융을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는 과제 역시 방점이 두어져야 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