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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07. (화)

부가가치세 면세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복수세율체계를 도입하자

안창남 강남대 교수

 1. 최근 정부는 세법을 개정해 당초 부가가치세가 면세됐던 의료보건용역 중 성형수술 등의 용역에 대해 과세로 전환한 바 있다. 과세관청에서는 성형외과에서 수입 과세자료의 누락신고가 다른 업종보다 심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세원(稅源)관리 차원에서 과세로 전환했다고 하고, 성형외과 관련단체에서는 국민부담의 증가 및 다른 의료용역 제공분야와 차별적 대우 등을 이유로 반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면세든 과세든 최종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므로, 중간단계나 최종단계의 사업자의 이해와는 무관한 세금체계이다. 세율이 인상되면 가격 상승을 이끌어 구매 자체를 꺼리는 경향은 나타나겠지만, 그렇다고 소비 추세가 근본적으로 변한다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사치성 소비재화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일반적인 재화나 용역의 공급은 인간 생활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소비 수준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본다.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인 물이 과세로 전환된다고 하여, 물 소비가 줄어들겠는가.

 

 2.부가가치세 면세제도는 소비세의 역진성을 완화하기 위해 기초생활 필수품인 재화, 국민후생용역, 문화관련 용역, 금융보험용역 등을 그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때 소비세의 역진성이란 고소득자나 저소득자 모두 동일 세율이 적용되는 경우 세금 부담후 저소득자의 가처분소득이 고소득자보다 줄어들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면세적용대상은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세 역진성 완화와 상관이 없는 분야까지도 포함되고 있어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학원의 경우 무도학원이나 자동차운전학원은 과세로 전환됐지만, 어학학원 등에 대한 면세는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금융보험업의 경우 수입은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이 구분되는데, 이자수익이야 부가가치의 구성요소 중의 하나라고 하여 면세하는 것이 타당할지 모르지만, 비이자수익 거래 중 상당수는 EU국가에서는 이미 과세거래로 전환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 면세로 분류하고 있다.

 

 3.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가가치세 면세제도는 소비자의 부가가치세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면세사업자의 경우에는 재화를 공급받을 때 부담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은 매입세액 공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완전한 면세가 아닌 부분면세의 효과가 나타날 뿐이다. 오히려 면세사업자가 취급하는 품목이 과세로 전환될 경우, 해당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이 공제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게 된다.

 

 만일 부가가치세 면세품목이 과세로 전환될 경우 해당 물가는 10% 이상 인상되는가? 이론적으로는 그렇다고 할지라도, 실제 물가를 조사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시장 자체에서 그 인상분이 소화되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서 면세로 전환될 경우 값이 10% 하락한다? 그렇지 않다. 여성용 생리대 값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과세 시절이나 면세 시절이나 소비자 값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4. 따라서 면세사업자에게도 불리하고 아울러 소비세 부담의 역진성 완화기준도 명확하지 않으며 실제 그 효과도 미미한 현행 부가가치세 면세대상 품목을 전면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 방안은 EU 국가의 면세기준을 참고하면 된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모델인 프랑스의 경우, 공공성이 있는 재화나 용역, 예를 들면 보건소가 제공하는 용역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과세 전환은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기본세율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른 바 복수세율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기본세율이 19.6%이지만, 경감세율인 5.5% 또는 2% 세율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기본세율이 16%이고 경감세율이 7%이다. EU 국가 대부분이 복수세율체계를 두고 있는 것이다.

 

 5. 이와 같은 복수세율 체계는 자칫 부가가치세 업무의 간편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것이야 말로 오해다. 요즘 거래는 대부분 컴퓨터를 이용해 전산처리를 하기 때문에 상인이 수작업을 하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바코드 등을 이용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면세가 과세로 전환됨에 따른 물가인상이나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증가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세금체계로 풀 것이 아니라, 재정정책을 통해서 해결하면 된다. 저소득층이 부담한 부가가치세액은 추후 환급을 해 주거나 아니면 EITC 제도처럼 보조금을 지급하면 된다.

 

 6. 과세관청의 통계를 보면 2009년의 경우 면세거래분이 321조원이나 된다. 이에 대해 1%의 세율만 적용하더라도 3조원 정도의 추가적인 부가가치세 세수입은 물론 과세 전환에 따른 소득세나 법인세도 거의 동일한 수준의 세수 증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추가 징수된 금액으로 차상위 계층까지는 과세 전환에 따라 추가 부담한 부가가치세액을 보전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당초 부가가치세 면세제도의 존재목적인 소비세 부담의 역진성은 간접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면세제도의 폐지가 시급한 것은, 해당 업체의 로비로 인해 부가가치세 면세규정이 당초 목적을 상실한 채 누더기로 변했으며, 이에 따른 탈세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OECD 등에서는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대해 EU 국가 수준으로 면세제도를 개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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