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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09. (목)

세원 넓히기의 바른 이해

곽태원 서강대 명예교수

 세제개혁을 이야기하면서 세원 넓히기(base broadening)를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수 확보의 가장 확실하고 바람직한 길이 세원 넓히기이기 때문이다. 세원이 넓으면 낮은 세율로도 더 많은 세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세수 단위당 초과부담을 낮추는, 다시 말해서 조세의 효율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세원 넓히기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비과세·감면의 축소, 탈루세원의 축소를 위한 행정 개선 그리고 새로운 세원의 발굴 등을 들고 있다. 물론 이것도 틀리지 않은 주장이다. 2010년 기준으로 국세수입 총액이 약 178조원에 달하는데 조세지출액은 30조원이 되는 것으로 정부는 추계하고 있다. 국세 이외의 세목에서도 비슷한 비율의 조세 지출이 이뤄지고 있다면 비과세·감면을 완전하게 정비할 때 조세부담률은 3% 포인트 이상 올릴 수 있는 규모이다. 세원의 탈루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새로운 세원의 발굴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제기된 이래로 얼마나 개선이 있었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확실하게 보이는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아도 미시적으로 들어가 보면 각각 나름대로 합리화할 근거가 있거나 강력한 이해집단에 걸려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어서 더 줄일만한 대상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 새로운 감면 요구를 막는 일도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불법적인 세원 탈루를 막는 일은 신용카드 소득공제나 현금영수증제도 등으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행정의 강화나 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서 계속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또 한차례의 획기적인 세원 넓히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 새로운 세원의 발굴이라는 표현은 어떤 면에서는 정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세원이 될 만한 것들은 이미 모두 잘 알려져 있는 것들인데 어떤 대상에 과세할 것인가의 선택에 따라 세원이 아닌 것으로 남아 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밀하게 따지면 부가가치 즉 소득만이 근본적인 세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 이중삼중으로 과세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원 넓히기에서 우리가 정작 간과하고 있는 것은 동태적인 측면에서 세원의 성장과 관련한 것이다. 소득의 성장보다 더 세수 확대에 긍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변수는 찾아볼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태적인 관점 혹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세수를 늘리려는 조치들이 오히려 세원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심지어 조세 지출 중에서도 해외 자본의 유치나 기업의 투자 촉진 등과 관련된 것들 중에는 오히려 동태적으로는 세원 확대에 현저히 기여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우리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조세 베이스의 성장이 계속 둔화되는 국면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금을 더 걷기 위해 마른 행주를 비틀어 짜는 정책은 오히려 성장을 더욱 둔화시켜 재정을 어렵게 할 위험이 크다. 더구나 성장률이 실질이자율보다 낮아지게 되면 재정이 균형을 이뤄도 국가채무비율이 계속 높아질 수 있다.

 

 세원 넓히기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적극적인 세원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법인세율의 인하를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재정건전성에 해가 되는 정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동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것이야 말로 세원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인 행동이다. 순자본 유입의 증대를 통해 법인세 베이스 자체가 커질 뿐 아니라 소득세나 소비세 등 다른 세목의 베이스까지 현저히 늘어나게 할 수 있는 정책이다. 물론 이것은 일자리 확대를 통해 근로자들의 소득을 높여주는 결과도 가져온다. 반대로 보면 법인세 감세 철회를 통해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말이다. 법인세 감세는 수출에도 현저한 도움이 된다.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나라와 국민의 장래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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