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눈과 귀가 정치권에 온통 쏠려 있다.
당연히 정치권에서도 큰 변환을 앞두고 서민과 중산층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부자증세' 및 '보편적 복지' 등의 공약들을 내세우며 정책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정치공학적인 이야기가 아닌 물가와 세금, 집값문제, 일자리 확충 등 민생과 직결되는 부분에 집중되면서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국세청도 지난달 31일 '전국 조사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반사회적 탈세 엄단 및 사회적 약자 배려를 골자로 한 올해 세무조사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국세청도 두 차례의 선거를 앞두고 경기침체로 인해 중소기업 및 서민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돼 어느 때보다 세무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국세청은 이번 회의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세금걱정 없이 생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 부담을 대폭 완화하고, 대기업의 세무투명성 제고 및 대재산가의 변칙 탈세행위, 반사회적 역외탈세 차단에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정치권의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親서민-親중소기업'을 위한 정치에 국세청도 궤를 같이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추진하는 일련의 과제들이 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정치.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권의 뜻대로 휘둘리는 듯한 모양새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특히 유통질서를 혼란시키는 업체와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정권 말기에 레임덕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에 비협조적인 기업을 길들이고, 정책기조에 편승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상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얼마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단초가 된 한 중견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역시 국세청이 정치권으로부터 마냥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국세청은 대표적인 국가권력기관 중 하나로서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고, 공정하고 투명한 세무행정을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해 나가는데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변화와 혁신 속에 대다수의 중산층 및 서민,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함께 생존할 수 있는 정책의 실현이다.
국세청이 올곧은 자세로 정치권의 눈치 보지 않고 오로지 서민의 편에 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