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에 즈음해 稅務士界가 혁명과 같은 쾌거를 이룩한 사건이 발생했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50년만에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그 내용은 '세무사' 자격을 공인회계사에게는 공짜로 주던 규정을 삭제해 버린 것이다. 따라서 공인회계사도 세무사시험에 합격하지 않으면 세무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개정 세무사법을 두고 공인회계사회에서는 위헌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얘기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이러한 경우를 두고 賊反荷杖이라고 하는 것이다. 오히려 개정 전의 세무사법이 위헌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이를 바로잡아 合憲的 법률체계를 세운 것이다. 개정 세무사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세무사법의 역사적 발전과정과 세무와 회계의 개념적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세무사법이 제정되던 1961년 무렵에는 세무사 제도를 만들어 놓았으나 그 목적사업을 실행할만한 자격사가 부족해 임기응변의 방법을 택한 것이 유사자격을 소지한 사람에게 공짜로 세무사 자격증을 교부해 준 것이다. 공인회계사, 변호사, 10년 이상 근무한 세무공무원, 경영학이나 법학 계열의 석사 이상 자격증 소지자들이 이른 바 자동자격 소지자로 등장한 것이다.
역사는 진화한다. 따라서 사회현상은 역사적 산물이다. 사회의 진화 발전의 동력이 되는 것은 전문화와 분업화의 작용이다. 이러한 원리는 일찍이 아담 스미스가 바늘의 분업적 제작과정을 통해 능률과 발전법칙으로 정립해 國富論을 썼던 것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가 處했던 1960년 이전 사회는 회계와 세무가 서로 전문화 또는 분업화하지 못했던 원시적 상황이었다면 1961년 세무사법을 제정함으로써 두 업무영역을 분리 독립해 서로 다른 전문화와 분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제1차로 석·박사 학위 소지자에게는 자동자격 부여를 박탈하고 제2차로 세무공무원에게도 자동자격 부여를 제지해 시험을 통해서만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출구를 일원화해 자격사 배출의 불평등을 해소해 가고 있었으나 공인회계사에게는 마치 치외법권을 누리는 불평등을 유지해 오다가 半世紀동안의 불평등을 깨고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한 관계로 승화시킨 것이다.
공인회계사의 主된 업무인 기업회계와 세무사의 主된 업무인 세무회계는 다음과 같은 차이로 전문화의 길을 따로 걷게 된 것이다.
첫째 목적상의 차이가 있다. 기업회계는 경영성과를 측정해 경영 개선에 활용하고 주주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재무제표의 작성과 공시를 목적으로 하나 세무회계는 국가의 재정 조달을 위한 과세표준과 세액을 계산하고 적법하고 공정한 조세부담을 통해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데 목적이 있다.
둘째 적용준칙의 차이가 있다. 기업회계는 기업회계원칙이 적용되는데 대해 세무회계는 세법이 적용된다. 적용준칙의 차이는 목적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귀결이다.
셋째 업무수행 자격요건이 다르다. 기업회계는 회계처리와 감사에 필요한 자격요건을 요구하지만 세무회계는 세법이 적용되는 것이므로 세법을 위주로 하는 자격을 필요로 하며 계산의 수단으로 회계지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넷째 주무관청의 차이도 있다. 공인회계사는 금융감독원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 반면 세무사는 기획재정부(세제실)와 국세청이 업무를 관장하고 감독을 한다. 이와 같이 목적, 적용준칙, 자격요건, 주무관이 다른 업무를 同一人이 행한다면 그 업무처리에 中和현상이 생길 것이며 객관성이 유지되기 어려우므로 서로 다른 전문성이 배양되고 분업회의 길을 걷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50년에 걸쳐 이러한 길을 개척하고 전문화와 분업화의 길을 닦아서 이만큼 발전된 경지에 이르렀는데 최근 관련 학회에서 이러한 역사와 과정을 모르고 회계와 세무의 기본 개념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무사, 공인회계사의 통합이 바람직"하다느니 "세무대리 회계의 二元化가 문제"라느니 하는 발표를 하여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착각을 하고 있음에 한심스럽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고 있다.
우리는 지나온 반세기에 걸쳐 이러한 목적과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이익단체의 힘겨루기에 밀려 어떤 사람에게는 엄격한 시험을 치르게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 자격을 공짜로 나누어 주는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아온 세월이 50년이나 걸렸던 것이다. 그동안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악법이 효력을 지속해 왔으나 이 또한 역사적 산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제는 잘못을 바로잡을 때가 와서 고친 법률인데 이에 대한 위헌소송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또 한번 우리 憲政史와 稅政史에 큰 오점을 남기는 일이 될 것이니 공인회계사회의 자중을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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