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선심성 퍼주기식 공약 남발이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 면밀한 재정에 대한 영향 및 대안 검토없이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을 중구난방으로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 재원 마련 방법을 바탕으로 한 공약보다는 한 정당이 선심성 공약을 내면 다른 정당은 더 인기영합적인 공약을 내걸어 공약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선거가 재정 지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정치적 경기순환이론으로 대표되는 정치경제학에서 잘 정리돼 있다. 한마디로 정치적인 요인이 경제 변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동 이론에 따르면 정치인의 능력에 대해 유권자가 가진 정보의 비대칭성, 재선 또는 재집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치인의 행동, 정당구조와 같은 정치구조의 안정성 등에서 재정변수가 정치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가 있는 해의 경우 선거에서 이길 확률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택하려는 유인이 있으며 이로 인해 재정지출의 구성이 변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규모 자체도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총선공약으로 잠정 확정한 것은 이른바 '5+5 공약'으로 그 개념은 '국민행복국가'이다. 일자리·교육비·주거·보육·노후 등 5가지 부문의 대국민 약속과 이를 실천하기 위해 평생맞춤형 복지 실현, 안정적 일자리 창출, 책임담세 및 공평과세 실현,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경제경쟁력 강화 등을 규정했다. 그럴듯한 말의 성찬을 뒤로 하고 구체적으로 검토되는 정책공약을 보면 만 0∼5세에 대한 전면적인 '무상보육,' 고교 의무교육, 초·중·고 아침 무상급식, 빈곤아동수당·주거급여 지급, 군장병 월급 40만∼50만원으로 인상,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 등이 눈에 띈다.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판했던 무상급식과 다를 바 없는 초·중·고교생 아침 무료 제공, 또한 만0∼5세에 대한 전면적인 무상보육을 비롯해 고교 의무교육과 동남권 신공항을 남부권 신공항으로 바꿔 재추진하려고 한다. 아울러 '사병 월급 인상안'도 군복무 중이거나 예정인 20대의 젊은 층과 부모들에게 표를 얻기에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도 새누리당처럼 사병 월급 인상을 주장하면서 '사회복귀 지원금제'를 내세우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30조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한 '3+1정책'(무상급식·보육·의료+반값등록금)에 일자리, 주거복지를 포함한 '3+3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약 10조원은 이명박 정부 감세조치 철회, 또 10조원 가량은 정부의 '토목예산 축소' 등 그 현실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실증 자료에 근거한 분석에 의하면 노태우 및 김영삼 정부 기간의 선거가 총 지출을 지출시키던 경향이 김대중 및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선거와 총지출간에 상관관계가 더이상 관측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의 구조가 더이상 대선이나 총선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재원조달의 대책없이 막무가내로 재정 지출을 늘리게 되면, 필연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데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가는 과정이라고 해석된다.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가 늘어나게 되면 우리도 곧 남유럽 국가들처럼 재정 파탄 상황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에 국제외환시장에까지 완전히 노출돼 있는 우리로서는 해외부문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를 해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선거는 중요하다. 자신이 정치를 계속할 수 있느냐를 국민으로부터 선택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가 살림의 안정적 운용과 국민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성장기조의 유지라고 할 수 있다. 단견으로 볼 때 그럴 듯한 대안이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전혀 영향을 못미치거나 거꾸로 거스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는 점에서 차제에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대안 마련에 보다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시대의 소명은 복지의 확충과 성장기조의 지속가능한 확보를 균형잡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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