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정책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국세와 지방세의 세목 조정이다. 우리나라는 총 세수입의 80% 정도를 국세가 차지하고 20% 정도는 지방세이다. 그러나 최종적인 지출을 보면 지방이 60% 정도를 사용한다. 교육재정을 제외하더라도 지방이 중앙정부보다 많이 사용한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단체는 국세 수입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지방자치단체 전체를 보면 평균적으로 재정자립도가 5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며 개별 자치단체 중에서는 30%에 못 미치는 단체가 상당히 많다. 재정자립은 지방분권화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방만한 재정운용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므로 가능하다면 재정자립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재정자립도는 낮아지고 재정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으로 구성되는 의존재원의 비중은 증가했다. 지방단체장 민선이 처음 실시된 1995년에는 평균 63.5%였던 지방재정 자립도가 2010년 52.2%가 됐다. 이러한 변화는 지방의 방만한 재정 운영을 통제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중앙정부의 의도와 세수입 증대에 대한 부담을 직접 부담하기를 원하지 않는 지방단체장의 의도, 그리고 기능의 지방 이전에 따른 지방재정 수요의 증대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돼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정부는 지속적으로 기능의 분권화를 추진했으며 이에 맞춰 재원도 이전됐는데, 지방세제도에는 큰 변화 없이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으로 증가된 지방의 재정 수요를 충당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국세와 지방세 조정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됐음을 시사한다. 지방재정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국세의 지방세 이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조세수입에서 지방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40%까지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재정 자립은 단순히 통계상 지방세 수입을 증가시킴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세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편의상 지방세 수입과 세외수입의 합계가 지방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재정자립도를 추정하긴 하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재정 자립을 정확하게 표현한다고는 할 수 없다. 지방세 정책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배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국가와 지방이 공동으로 권한을 행사한다. 그러므로 어떤 세목은 지방세인지 국세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동일한 세목을 지방세로, 혹은 이전재원으로 사용되는 국세로 분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통계상 지방세 수입의 증대가 아니라 세입에 대한 지방의 실질적인 통제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행 지역간 경제력 격차, 국가가 책임지는 지방재정체계,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지방행정체제를 고려할 때 세목의 조정을 통해 지방의 세입에 대한 통제력을 제고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을 품게 된다. 오랜 논의 끝에 2010년도에 지방소비세를 도입했는데, 그 세원인 부가가치세는 지방에 자주적 권한을 부여할 수 없는 성격의 세목으로서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모두 국가에서 담당한다. 세수입의 지역간 배분에 있어서는 소비지출의 규모에 따른 배분이 기대됐으나 지역간 경제력 격차를 고려해 지역별로 다른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재정조정 기능을 가미했다. 그리고 일부 지역은 배분액의 일부를 다른 지역을 지원할 기금에 출연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지방세 수입은 증가했지만 세입에 대한 지방의 통제력은 증가되지 않았다.
이는 현 시점에서 국세·지방세 조정을 주장하기보다 그동안 조정이 잘 되지 않은 이유를 분석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니면 현행 배분을 제약조건으로 받아들이고 그 제약 하에서 바림직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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