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공사가 시작된 제주도 해군기지를 어떤 어린 정치 지망생이 '해적기지'라고 하여 물의를 빚고 있다. 해적이라면 배를 타고 다니는 도둑들이다. 대한민국 해군이 배를 타고 다니는 것은 맞지만 그 임무가 도둑질이란 말인가?

　공공부문에서 추진하는 중요한 사업들은 반드시 비용편익 분석이라는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국민들의 혈세로 조성된 재정자금을 그 사업에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가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행정부와 입법부의 예산과정을 걸쳐서 사업이 확정되고 시행된다. 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의 핵심은 표결이다. 국회에서의 표결과정을 거쳐서 확정된 예산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로 법을 집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와 같이 정당한 절차를 걸쳐서 확정된 공공부문의 사업 집행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방해하는 것을 일삼는 집단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행태의 문제점을 몇 가지만 짚어보기로 한다.

　먼저 법으로 허용된 시위의 범위를 넘는 행동은 불법이라는 동어 반복을 일단 지적해 둔다. 그러나 합법적인 시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에서 벗어난 것이다. 최종적인 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치열하게 싸우되 일단 합법적인 표결절차에 따라서 공적인 선택이 이뤄지면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어떤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한다면 이것은 더욱 파렴치한 것이다.

　공공사업집행의 방해는 매우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천성산의 도롱뇽 사건에서 이미 그러한 경험을 했지만 제주도 해군기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첫째로 불법시위자들을 제지하거나 체포해 법적인 처치를 하는데 투입되는 공권력은 직접적인 국민부담의 증가를 초래한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펜스를 설치해야 하고 이를 뚫으면 보수하는 비용도 든다.

　둘째로 시설물이나 기타 공공의 재산을 손상시키는 행위, 쓰레기 등으로 현장을 오염시키는 행위 등도 중요한 사회적 비용발생 요인이 된다.

　그리고 셋째로 시내나 주거지 근처에서의 불법시위의 경우 교통 방해나 소음 등으로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가져다 준다. 이것도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넷째로 이러한 것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지만 흔히 간과하고 있는 비용이 있다. 그것은 완공시기의 연기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이다. 공기의 지연 때문에 직접적인 공사비가 더 들어가는 비용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비용이 있다. 예정된 완공시기가 지연됨으로써 편익의 발생이 뒤로 미뤄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 할인율이 실질로 3%라고 한다면 공사가 5년 정도 지연될 경우 총 편익의 약 16% 정도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결과가 나타난다. 완공기의 연기는 편익 발생은 확실하게 지연시키지만 투입비용의 연기는 편익에 비해서 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앞에서 잠시 언급한 기자재의 가격 상승이나 인건비 상승 등으로 직접적인 투입비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공기의 지연은 순편익으로 보면 앞에서 말한 16%보다 훨씬 큰 비율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간접적인 사회적 손실들을 생각할 수 있다. 국론의 분열이 조장되거나 국가의 대외적 신인도가 떨어지는 문제, 관광객의 감소, 외교·안보정책 운용이나 전략상의 차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비용들과 관련해서 매우 근본적인 문제는 이 어마어마한 비용을 우리 사회에 안겨준 장본인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다수의 말없는 국민들에게 손실을 끼치고 배상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들은 여러 가지 종류의 직·간접적인 편익을 누린다.

　여기서 확실하게 정리해야 할 일이 한가지 있다. 누가 국민의 재산이나 편익을 도둑질한 자들인가? 이 문제가 정리되면 누가 진짜 해적인지도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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