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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09. (목)

착한 기업에 관해서

곽태원 서강대 명예교수

 착한 기업 이야기가 무성해지고 있다. 착하다는 말의 뜻은 마음이 곱고 어질다, 선하다, 마음이 좋다 등의 뜻으로 쓰인다. 기업에게야 마음이 있을 리 없으므로 기업이 착하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착한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나 개인이든 법인이든 혹은 어떤 단체이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면 굳이 그것을 착하다고 칭찬까지 할 만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든다. 성경에서는 착하다는 것 혹은 선하다는 것을 최상의 도덕성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단순히 소극적인 책임 완수를 뛰어넘어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적극적으로 자기를 희생하며 사랑을 베푸는 것을 선한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책임조차 제대로 지지 않는 기업이 다수이다 보니까 책임 수행만 꽤 잘해도 착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훨씬 높은 수준으로 설정해 놓고서 그것에 도달해야 착한 것이고 그것은 의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일단 착한 기업이라는 명예를 얻으려면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위협하거나 혹은 사회에 직접 혹은 간접적인 해악을 끼치거나 세금을 탈루하거나 기타 위법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 이익의 상당부분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기업을 착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있는 것 같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혹은 환경이나 예술 문화의 증진 등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위해서 상당한 돈을 쾌척해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심지어 너무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 기업이 착한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덩치가 크고 자금력이 있는 기업이 보다 작은 기업과 거래할 때는 상대의 사정을 배려하면서 거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최근에 이야기되고 있는 소위 동반성장이라는 것이 단순한 공정거래의 관계를 넘어서 자선거래로 가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규모가 크거나 독점력이 있는 기업은 무조건 나쁜 기업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 것 같다. 기업이 착해지도록 여러 가지 규제를 도입하거나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모습의 착한 기업은 경쟁력이 있는 스마트한 기업과는 거리가 있다. 이윤 추구는 적당히 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이윤을 치열하게 추구하는 것이 나쁜 일인가? 또는 얻은 이윤을 기업 단계에서 자선 기부금 등으로 과감하게 내놓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우선 이윤 추구는 기업의 존재 이유이고 존속의 근거가 된다. 그 과정에서 고용이 이뤄지고 소비자에게 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될 수 있다. 그리고 이윤을 얻어야 납세로 국가의 재정을 풍성하게 해서 다양한 복지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게 해 준다. 유누스 교수의 그라민 은행은 극빈층의 자활을 돕겠다는 매우 착한 뜻으로 시작된 기업이다. 그러나 철저한 기업 원리를 적용해 대출 원리금의 회수율이 98%까지 되게 함으로써 30년 가까운 기간동안 존속하는 건강한 기업으로 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나 사회의 압박 때문에 대형 은행들이 일정한 한도의 자금을 갖고 '떼어 먹힐' 각오로 시혜적인 금융을 베푸는 짝퉁 미소금융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으며 또 진정으로 착한 역할을 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신용 질서만 어지럽히고 자립 의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얻은 이윤에서 상당한 금액을 떼어서 사회에 기부하는 것을 착한 일로 보는 시각도 문제가 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기업이 착한 척해야 이윤을 얻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기업의 마케팅이나 홍보 전략 차원에서 '선의'의 지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혹은 비공개 기업이 아니라면 대주주의 의지에 따라 거액을 기부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대주주가 착한 행동을 하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이나 혹은 배당받은 소득 중에서 기부를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기업은 도구일 뿐이다. 이 도구는 정당한 방법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정말로 착해져야 할 주체는 기업이 아니라 사람들이다. 기업가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시민운동가들. 근로자들소비자들학생들 모두가 더 착해지고 정직해져야 할 사람들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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