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역외탈세와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구리왕' 차용규씨, '완구왕' 박종완씨에 이어 일본 NTT도코모 측에 해외 법인을 매각했다가 역외 탈세 혐의로 기소된 국내 기업이 지난 24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세청은 지난 2009년11월 국제 거래를 이용한 탈세를 효율적으로 막기 위해 차장 직속으로 '역외탈세 추전 전담센터'를 설치하는 등 역외탈세와 전쟁을 치르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역외 탈세 혐의로 부과방침을 세운 사건들이 법원에서 패소하는 등 부과계획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5월 '카자흐스탄의 신화'로 알려진 '구리왕' 차용규 씨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국내 부동산 등을 취득한 것은 세금 탈루를 위한 역외탈세라고 보고 1천600억원대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올 1월 열린 과세적부심사에서 "차용규씨의 국내 거주일수(1년에 약 1개월)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져, '구리왕'에 대한 추징은 좌절됐다.
국세청은 또 지난해 4월 세금 437억원을 포탈하고 947억원 상당의 재산을 해외에 은닉한 혐의로 '완구왕' 박종완 에드벤트 엔터프라이즈 대표를 기소했지만 법원은 지난 2월 무죄를 선고했다.
게다가 지난 24일 진행된 법원 1심판결에서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국진 매지링크 회장과 민순기 대표, 이낙용 전 매지넷 대표, 인인인 매지링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국진 회장 등은 일본 NTT 도코모 자회사인 도코모 인터터치에 싱가로프 소재 법인인 '마지넷 Pte'(MPL) 지분 100%를 매각하면서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이처럼 국세청이 야심차게 준비한 '역외탈세와의 전쟁'이 수포로 돌아가자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실적에 급급해 무리하게 과세를 추진해 정상기업인에게 '탈세범'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로 무역의존도가 70%에 달한다.
역외탈세혐의로 국세청에 조사를 받은 이들도 해외수출을 통해 외화획득에 어느 정도 기여한 이들이다.
그런 만큼 '역외탈세자'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회사이미지뿐만 아니라 회사수익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분명 역외탈세자는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정교하고 치밀한 준비 없이 추징을 단행해 재판부에서 계속해 패소할 경우 국세청 자체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도 실추시켜 국익에도 해가 된다.
그런 만큼 국세청은 역외탈세자를 색출함에 있어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