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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08. (수)

소득세 공제체계의 이해와 바람직한 개편방향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조세의 원초적 기능은 정부지출 소요재원을 조달하는 것이다. 경제적 능력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경제변수는 소득이다. 소득에 조세를 부과하는 경우 경제적 능력을 감안해 소득이 낮은 경우에는 낮은 비율로, 소득이 높은 경우에는 높은 비율로 세부담에 차등을 둔다. 이른바 누진과세를 하고 있다. 소득세는 단순히 재정수입 충당에 그치지 않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상대소득 격차를 줄여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 소득 불평등도를 낮춰 소득재분배 효과를 나타내는 것도 소득세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이다.

 

 소득재분배 효과는 세부담이 누진적일 때 나타난다. 세부담이 누진적이라 함은, 소득증가율보다 세부담의 증가율이 더 높은 것을 일컫는다. , 고소득층일수록 소득 중 더 높은 비율로 세부담을 지는 것을 말한다.

 

 소득세 부담구조를 누진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크게 누진세율 체계와 소득공제 체계의 두 가지로 구성된다. 누진세율 체계란, 소득구간이 높아질수록 적용되는 세율을 높게 하는 것을 말한다. 소득공제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됐을 때 미리 정해진 액수 또는 일정 비율만큼을 소득세 과세표준에서 제외시켜 주는 것을 말한다. 소득공제는 가구규모 등에 따라 정액 또는 단위당 동일한 액수를 과표에서 공제해 준다. 소득자 본인과 부양가족을 대상으로 1인당 150만원씩 공제해 주는 기본공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밖에 소득수준에 연동해 소득공제 수준을 조정해 주되 고소득층일수록 소득공제율이 낮아지도록 설계된 소득공제도 있다. 저소득구간에서는 80%의 공제율이 적용되고 고소득구간으로 갈수록 공제율이 낮아지는 구조를 가진 근로소득공제제도가 그 예이다.

 

 우리나라 소득세는 근로소득세와 사업(종합)소득세가 근간을 이룬다. 이 두 가지 모두 세부담의 누진도가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국세통계연보에 의하면 2010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의 경우 납세의무자 1,518만명 중 18%가 근로소득세 전체의 92.3%를 부담하며, 종합소득세의 경우에는 납세의무자 523만명 중 14.3%에 불과한 소수의 최상위 소득자가 전체의 93.6%를 부담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우리나라 소득세의 누진부담구조가 누진세율체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실상은 소득공제가 지배적이다. 소득수준에 비해 소득공제 수준이 높고, 따라서 면세점도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높은 면세점은 세부담의 누진도를 상승시키지만, 동시에 과도한 소득공제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킨다. 우리나라가 선진국보다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절반 또는 그 이하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과도한 소득공제에 기인한다. 언뜻 이해가 쉽지는 않지만, 누진도를 과도하게 높이는 과정에서 소득세의 세수규모가 작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득세의 소득공제 수준이 과도해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불로소득에 대응해 노동의 대가로 수취하는 소득을 우대하기 위해서이다. 다른 하나는 탈루사업소득에 대응해 근로소득자들의 세부담이 과다해지지 않도록 근로소득자에게 많은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과세자 비율이 평균적으로 80% 수준에 육박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절반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이다.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소득공제체계의 개편방향을 논하기 위해서는 소득공제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가업 관련 조세(법인세 등)에서는 물적 자본의 축적·유지·관리비용을 공제해 준다. 근로소득의 경우 근로소득공제, 의료비·교육비 공제 등은 인적자본의 축적·유지·관리비용으로 인식돼 비용 공제적 성격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공제수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을 뿐 공제항목 자체의 존재타당성은 분명하다. 보험료 공제나 기부금 공제 등은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들 소득공제는, 손해보험 가입 등을 촉진하거나 또는 정부의 공공부조의 역할을 일부 대체·대행해 주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소득공제의 의의를 일부 찾을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정부가 충분히 제 기능을 한다면 굳이 이들 항목에 대한 소득공제의 필요성이 사라지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정부 기능을 일부 대행해 주는 면이 있어 소득공제의 존재 필요성이 일부 인정된다.

 

 한편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등은 비용 공제적 성격의 소득공제와는 성격이 구분된다. 사업소득 탈루를 완화·방지할 정책적 목적으로 도입된 소득공제 항목이다. 이런 종류의 소득공제는 정책 목표의 달성 여부에 따라 한시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0년대 이후 이 제도를 통해 사업소득 과표양성화가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은 만큼, 동 제도의 폐지가 바람직하지만 최근 납세자 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극심한 조세저항으로 인해 동 공제제도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소득공제 수준이 과다하다. 따라서 소득세의 집중도도 매우 높다. 소득세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소득공제제도는 이미 충분하다. 일부의 경우 오히려 공제 정도가 지나치며, 특히 다른 정책적 목적의 소득공제도 상당히 규모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공제의 확대나 추가 도입은 고소득층에만 세경감의 혜택을 부여하면서 소득세 본연의 재분배 기능을 더욱 약화시킬 우려가 크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교육비 공제 등이 고소득층에만 혜택이 돌아가므로 동 제도의 축소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비 공제의 경우 인적자본 축적을 위한 비용 공제적 성격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인적 자본의 축적효과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동 제도는 존속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정 공제한도 수준에 대해서는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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