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비세를 도입한 지 2년이 지나 그동안의 성과를 점검해 보고 더 확대할 것인지 논의해 볼 시점이 됐다. 지방소비세 확대 문제와 함께 이 제도의 장기적인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그 논의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슈가 지방소비세가 '진정한 의미의 지방세'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원래 진정한 의미의 지방세란 지방에 세율이나 과세표준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해 지역별로 다른 과세가 가능한 세목을 말한다. 지방에 과세 재량권을 허용하면 지방정부가 자체 사업을 수행할 때 주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징수해 재원을 조달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그 사업의 수행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지방세는 지방정부의 주민에 대한 책임성을 제고하고 주민의 참여를 허용하는 통로가 되며, 지방분권화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지방에 배분하는 지방소비세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최종소비재를 판매한 사업자가 그 판매에 대해 세금을 징수한다. 이를 매출세액이라고 하는데, 그 세액을 그대로 과세관청에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매입세액을 공제한 차액만을 납부한다. 매입세액은 자신이 판매한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입한 중간재에 대해 납부한 세금을 말한다.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함으로써 중간단계에서 납부한 세금은 모두 공제되고 최종소비에 대한 세금만 남게 된다.
그런데 매출이 발생한 지역과 매입이 발생한 지역의 과세관청이 달라지면 매입세액을 공제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세금을 납부할 곳과 공제받을 곳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원재료를 구매하고 전국 각지에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지자체간 세액을 청산하는 청산소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행정비용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사업자가 매입세액을 납부한 지역과 제품을 판매한 소비자의 소비지를 일일이 기록해 신고를 해야 하므로 납세협력비용이 과다하게 증가한다. 뿐만 아니라 세율에 있어 지역간 차이가 발생한다면 청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고, 한 지역의 조세정책이 다른 지역의 세수입에 영항을 주는 외부효과도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지방 공공서비스에 대한 응익적 성격을 강조해 지방소비세를 '지방세'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소비는 그 지역의 정부가 제공한 공공서비스의 혜택을 받고 발생하는 것이므로 응익적 관점에서 해당 지역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응익성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공서비스의 혜택은 소비지에서만 받는가? 경남지역에서 생산된 원료를 대전에서 가공해 경기도의 물류센터를 거친 후 제주도에 배달되고, 상품 구입대금은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 납부했다면 그 거래에 대한 응익적 관점에서의 세금은 어디에 납부해야 하는가? 응익성의 관점에서 각 개인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세금(소득세)을 납부한다. 그리고 재산에 대해서는 그 재산이 소재하는 지역에 세금을 납부한다. 소비 및 생산에 대해서도 단계별로 혜택을 받는 지역에 정확하게 나눠 세금을 납부하면 좋겠지만 실제로 그러한 관계를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원재료의 구매와 판매가 전국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개별 거래에 대한 응익성을 단계별로 구분해서 과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방에 과세 재량권을 부여할 수 없으며, 응익성에 따른 세수입 배분도 곤란한 지방소비세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세가 될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방소비세 확충 논의는 상당히 쉬워진다. 한가지 이전재원을 다른 종류의 이전재원으로 바꾸는 문제이며, 배분방식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좀 더 자유롭게 형평성 등 정부의 정책 목적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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