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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08. (수)

반값등록금과 페이스북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요즘은 페이스북이 참 여러모로 큰 역할을 한다. 최근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나스닥에 페이스북을 상장(IPO)하면서 미국 IPO 사상 두번째의 높은 공모가격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필자는 마크 저커버그를 단숨에 22조원대의 거부로 만들어 준 페이스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의 과정으로서 페이스북의 역할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는 것이고 내용은 등록금 이야기를 하려 한다.
 연세대학교 장용성 교수가 조선일보 아침논단에 '경제학적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반값 등록금'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대학교육은 초중등교육과는 달리 수혜자가 분명하기 때문에 수익자 부담원칙이 타당하다는 것, 그리고 세금으로 지원되는 반값 등록금은 산업 현장으로 미리 진출한 또래 학생들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수월성과 관계없이 세금이 활용되기 때문에 대학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로 이해된다. 경제학자로서는 반박하기 어려운 논지의 이러한 컬럼에 대해 한 경제학자 지인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고 있다.
 장용성 교수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모순에 빠진다는 것이다. 첫째, 가계 부채의 주범은 등록금 대출이므로 등록금을 내리거나, 대출을 받지 말거나, 아니면 대학을 다니지 않으면 된다. 둘째, 대학교육은 외부성이 작으므로 정부가 보조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셋째,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학에 대한 선호가 강하고 따라서 대학 등록금에 대한 지불의사가 높다. 넷째, 수월성 차원에서 경쟁과 선별이 필요하므로 능력이 있는 학생에게 보조금이 지불돼야 한다. 다섯째, 사립대학의 재정은 빈약하기 때문에 다수의 기부에 기반해야 된다. 여섯째, 미국 대학은 유럽 대학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데 이는 재정력의 격차 때문이다. 이를 논리적으로 재정리해 보면, 가계부채가 많으니까 대학을 가지 말고, 대학교육은 수익자 원칙에 따라야 하며, 대학교육은 외부성이 작기 때문에 정부 지원도 안된다. 지원을 하더라도 우수한 학생,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선별해서 지원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해야 한다. 사립대학은 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기부를 받게 해줘야 한다. 결국 가난한데 능력이 없으면 무리하게 빚도 얻지 말고 국가의 도움도 받지 말고, 아예 대학을 가지 말아야 한다. 가계부채가 위험해지고 사회적으로 자원 낭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댓글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대학교육은 사적재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공공재도 아닌 이중적인 성격을 함께 띄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회의 형평이라는 차원에서 분명히 국가의 역할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대학에 획일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강요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논리가 빈약하다. 재정의 건전성도 매우 중요한 원칙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장학금 지원을 늘이는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든든학자금 지원 등 학자금 대여의 이차보전을 확대하고 있는 현재의 접근방식은 타당하다. 가난하고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도 평생학습의 차원에서 대학교육을 수혜할 수 있도록 정부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이 다원화되고 특성화돼야 하는 또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사립대학 위주의 현재 우리나라 대학구조도 상당 부분 지역대학, 도시대학 위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수도권의 사립대학과 지방의 사립대학을 같은 잣대로 획일적으로 접근해서는 문제가 꼬일 수밖에 없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서울시립대학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지역에 기반한 국공립 대학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도 이제는 커뮤니티 컬리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마지막으로 기부라는 것은 문화일 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우리가 미국의 경우 유수한 사립대학들이 기부금 모금을 위해 입학 사정시 가점을 주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지만 기부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로 정착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 기부금 입학제도의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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