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28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2012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로 본격적인 경제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실질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7%에서 3.3%로 낮췄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하반기 경제정책 기조를 위기관리와 경기부양 전략으로 급선회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맞먹는 8조5천억원의 재정투자를 단행해 어려움에 빠진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급랭하고 있는 경기 부양을 위해 서민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사업 지원 등 관련 기금 2조3천억원을 증액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중심으로 공공·민간투자를 1조7천억원 더 늘리기로 했다.
이중에서 필자의 눈에 띈 부분은 건설 불황 장기화로 건설업체들이 돈가뭄에 허덕이자 정부가 긴급히 '산소호흡기'를 갖다대는데 공공기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내용이다. 건설투자 확대를 통해 수주난에 빠진 건설사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정부는 우선 경기보완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투자를 애초 계획보다 1조1천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혁신도시 조기착공, 발전시설 보강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유럽발 위기로 인한 내수 불황의 타격을 중소 건설사들이 1차적으로 맞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부분적으로 보면 정부의 대책에 타당성이 인정된다. 경기 보완효과가 큰 부분이 제조업 및 사회간접자본 투자인 것도 맞다. 그런데 이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이 아니라 공공기관을 활용하는 방법론에는 문제가 있다.
공공기관의 투자 여력을 생각해 보라. 공공기관의 금융 부채는 2006년 96.6조원 이후 매년 증가해 2011년에는 245.5조원으로 148.9조원이나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공공기관의 부채는 2011년말 기준으로 463.5조원으로 부채비율(부채/순자산)이 196.9%에 달한다. 2011년 금융부채 245.5조원 중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금융부채는 89.8조원으로 36.6%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의 금융부채도 47.5조원 수준이다. 사채 발행한도가 자본의 4∼10배인 10개 공공기관의 사채 발행 한도는 총 426.2조원이며, 실제 발행 잔액은 2011년말 기준으로 한도액의 23%인 98.9조원에 이른다. 과다한 사채 발행한도는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금융 부채를 통한 사업확장 유인을 제공하므로 적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2011년 사채 발행한도액이 224.3조원인데, 사채 발행잔액 56.9조원 수준에서도 부채비율은 468%로 재무건전성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공기업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일까?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공기업은 정부위탁사업을 주로 수행하는 준정부기관과 별 차이 없이 국가정책사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들의 부채를 국가 또는 정부 부채가 아니라고 애써 외면하기에는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남유럽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소위 PIGS 나라들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촉발된 유로경제권의 경제위기가 전 세계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정의 건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공기업의 부채를 국가 부채의 범위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공기업의 부채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에도 공기업의 부채를 관리하는 제도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과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그리고 경영평가시 부채부분의 평가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제도가 이제 막 시행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행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나아가 추가적으로 공기업이 타율적으로 정부 정책사업에 동원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국가 정책적 판단에 의해 정부사업을 대행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철저한 분리회계를 통해 원가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구분회계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다. 공기업은 정부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