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1일 kbs 방송 심야토론에서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하나'라는 주제로 한판 열띤 공방을 치루는 것을 봤다. 토론자로 나온 사람은 목사 세분과 교수 한분이었는데 기독교(개신교)계의 대표로 나온 듯한 두분의 목사는 성직(예:교회)이나 성직자(예:목사)에게 과세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고 다른 한분의 목사와 교수는 과세함이 마땅하다는 주장이었다.

'法 앞에 萬人은 평등하다'는 말은 고금에 걸친 인간생활의 진리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민에게 납세의무를 지우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헌법(제38조)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또한 (제59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서 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한 납세의무 요건에 해당되면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납세를 반대하는 목사의 주장은 대략 이러하다. 첫째, 성직자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과 같이 납세의무를 지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둘째, 성직자는 성직의 수행을 통해 국가에 헌신하는 일도 납세의무 못지 않게 그 공이 크다는 것이다. 셋째, 그러므로 국가는 성직자에게 납세의무를 지우기에 앞서 오히려 성직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고, 넷째, 성직자에게 세금을 물리면 二重으로 과세된다는 것이다. 즉 신자들이 세금을 내고 남은 돈을 교회에 내기 때문에 그 돈은 두번 세금을 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다섯째, 형편이 어려운 교회도 많이 있고 세무장부를 할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직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사와 교수는 성직자도 납세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법률상 타당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성직자로서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으며 필자도 그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바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성직자가 하늘나라에서 따로 사는 것이 아니고 성직자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 사회 일원으로서의 의무를 함께 짊어지는 것이 마땅한 도리일 것이며 오히려 성직자 아닌 사람들보다 더 성실하게 그 의무를 이행할 때에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게 되고  존경을 받을 것으로 본다. 둘째, 성직자가 납세 아닌 다른 분야에서 사회에 공헌을 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오히려 그러한 사명을 띄고 살아가기에 성직자로서 존재하고 존경을 받는 것이므로， 그 사회공헌의 대가로서 납세의무를 면제받는다면 성직자로서의 자리가 뒤바뀌어 버린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본다. 셋째, 외국에서는 교회법을 제정해 그 가운데 조세에 관한 특별규정을 마련하는 사례가 있으나， 우리나라 세법에서도 종교 본래의 목적사업에 대하여는 비과세 또는 감면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조치가 바로 종교에 대한 지원책에 해당되는 것이며， 종교인이 비종교인과 같은 행위를 하거나 재산을 관리·처분하는 것에는， 비종교인과 같은 납세의무를 져야만 과세에 있어서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조세평등의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다. 넷째, 이중과세의 주장은 세법의 이치를 잘 몰라서 하는 주장인 것 같다. 이중과세란 똑같은 과세물건(예:소득)에 대해 똑같은 주체에게 두번 과세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어떠한 주체에 과세되고 남은 소득이 다른 주체에 이전돼 과세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사업주에게 과세되고 남은 소득이 종업원의 급여로서 지급되는 경우, 또는 금융기관에 과세되고 남은 소득이 채권자에게 이자로서 지급되는 경우 등과 같이 급여에 또는 이자에 과세되는 것은 이중과세가 아니다. 다섯째, 형편이 어려운 교회도 있다. 그러나 그 어려운 내용을 회계기준에 따라 기장을 하고 소정의 양식에 따라 세무서에 신고를 하면 그 내용을 분석해 과세기준에 미달하면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텐데 기장을 하지 아니하고 신고도 아니하면 아예 납세의무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장부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의무를 회피하려는 구실에 불과하다. 리어커 장사도 사업자등록을 하여 계산서를 발행하고 구멍가게도 장부를 만들어 과세근거를 제시한다. 하물며 교인들의 봉사로서 할 수도 있을 것이며 세무사에게 맡겨서 해도 된다.

같은 하느님을 믿는 천주교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납세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개신교회나 사찰에서도 납세의무를 이행하는 곳이 있다. 그러나 모든 종교단체나 성직자가 함께 시행할 때에 조세평등이 이뤄지고 사회정의도 살아날 것이다. 아직까지도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교회나 사찰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동참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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