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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08. (수)

복지서비스 공급과 조세부담

우명동 <성신여대 교수>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니 다시금 복지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복지서비스를 늘려 경제위기 대응과정에서 심화된 양극화로 더욱 골이 깊어진 우리 사회를 통합해 생산과 생활 의욕을 높여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는 다짐들이 여기저기서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복지서비스를 늘리기 위해서는 우선 민간이 쓸 것을 정부부문으로 돌려서 써야 하니 조세부담을 늘려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며,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행해온 활동을 조정해 이 부문의 서비스 공급을 늘려가야 하니 정부로서는 지출구조를 조정하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유심히 재정관련 지표를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 사회적 지출이 아직 OECD 평균의 반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지난 10여년간 다른 지출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중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니 이를 더 크게 늘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마침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이 20%, 국민부담률이 25% 남짓해 각각 25, 35% 정도에 이르고 있는 OECD 평균수준에 비춰 부담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니, 굳이 사회 지출을 증대시켜야 한다면 부담수준을 높여 나가면 될 것 같다. 이 정도는 기초적인 산술만 해보더라도 금방 답이 나올 것 같은데 왜 이 문제가 이리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가? 

 

우리들의 삶의 영역은 그러한 산술적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은 낮은 부담수준을 보고 막상 조세부담을 늘리려 하면 그렇지 않아도 쓸 곳이 많은 시민들에게 쉽사리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아이를 낳아 키우고 교육도 시켜야 하며, 아프면 병원도 가야 할 텐데 그 비용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집도 마련해야 하고, 고령화시대에 살면서 스스로 긴 노후도 대비해야 하겠고…. 이 중 어느 하나 자기 스스로 대비하지 않고 되는 것이 없는데 이 작은 소득에서 더 많이 부담하라면 누가 선뜻 세금을 내고자 하겠는가? 기업으로서도 갈수록 심해지는 세계적 차원의 경쟁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데 세금비용을 높여 투자 가능성을 줄여주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정부로서도 그러하지 아니하겠는가? 북한이 늘 군사적으로 위협이 되고 있으니 군사비를 줄일 수도 없고, 각종 사회 악행들이 줄을 잇고 있으니 사회안전을 위한 행정비용도 줄일 수 없고, 경제선진대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아직도 다양한 경제활동을 더 지원해야 하니 각종 감면조치도 줄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직접 지원을 위한 경제산업비도 쉽게 줄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경제 10대 대국의 한 나라로서 녹색성장도 주도해야 하니 새롭게 소요되는 녹색사업도 지원해야 할 상황이다. 어느 곳을 봐도 결코 쉬운 문제같아 보이지 않는다. 

 

어찌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우리사회를 어디로 갖고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 설정이 선행되지 않고서 어찌 답을 얻을 수 있겠는가? 끊임없이 양적 팽창을 추구해 경제 10대·5대 대국을 향해 쉼없이 나아갈 것인가? 그 과정에서 일인당 국민소득이 100∼200달러를 오르내리던 1960년대때 그랬던 것처럼 2만달러를 넘어서는 지금에도 여전히 경제가 어려우니 계속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면서 앞으로만 달려가야 할 것인가? 지금 복지서비스를 확충하는 것은 무능력 취약계층들을 보살피기 위한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지출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오늘의 성장이 있게 한 그들에게 나눠질 정당한 몫으로서 앞으로의 장기적 생산능력을 제고시킴으로써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을 높여가기 위한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원은 진정한 능력에 따른 조세부담구조에 의해 뒷받침되게 하여 사회를 통합시킴으로써 소외된 계층의 생산적 의지를 부추겨 사회 전반의 장기적 생산능력을 제고시켜 갈 것인가, 아니면 그 경우 추가적으로 조세부담을 안게 되는 부담능력이 큰 계층의 경제적 유인이 떨어져 우리 경제의 활력이 저하될 수 있으니 그들의 부담을 계속 낮춰 나갈 것인가? 지난 8월 발표된 2012년 세법 개정안에는 여전히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감세 유지, 다주택자 및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주택 단기양도에 대한 세율 인하, 회원제 골프장과 대용량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 틀을 꾸려가는 엘리트들에게는 투자 능력이 있는 납세자들의 경제적 유인의 저하가 많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복지사회와 조세부담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누구의 의견을 들어 그 답을 찾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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