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조세는 크게 두 가지의 기능을 한다. 그 하나는 나라 살림의 수입을 조달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의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책을 수행하는 수단으로서의 등장이다. 그 가운데 後者의 기능이 더욱 확대돼 가는 현상이 현대 국가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조세법 중 '조세특례제한법'이 이러한 내용들을 집약해 마련한 법률로서 감면이라는 당근과 규제라는 채찍의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법인세법과 같은 조세실체법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대목이 있는데, 예를 들면 접대비나 기부금 등으로 지출한 금액에 대해 손비로 인정하는 한도를 정하고 그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손금(損費) 또는 필요경비로 인정하지 않는 방법이다. 필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 광고선전비도 손금으로 인정하는 한도를 정하고 그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손금으로 산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이른바 '손금불산입'규정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 취지는 이러하다. 접대비에 대한 손금불산입 규정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과다한 접대비의 지출은 국민 생활의 낭비를 불러 일으키고 이로 인한 경제발전의 저해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그 지출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고선전비는 어떠한가? 광고는 자본주의사회, 자유경쟁사회에서의 필수적인 경제행위이다. 광고를 통해 소비를 유발하고 그 소비는 생산을 촉진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지출이 무한대로 허용되면 여러 가지 폐해를 낳게 된다. 첫째, 광고비는 판매 원가를 증가시키게 되므로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즉 상품 또는 서비스의 소비자가격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한 가지 실례를 들면 지난 9월14일 뉴스를 보니 백화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1층에 진열되는데 그 1층은 값비싼 외국산 화장품이 거의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선진 8개국의 화장품 값을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의 판매금액이 다른 나라에서의 판매액보다 60% 내지 70%가 비싸며, 호주에 비하면 두 배가 비싸게 팔리고 있는데, 그 원인은 광고비의 과다지출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한다. 둘째, 사치와 過消費의 풍조를 만들어 낸다. 즉 불필요한 소비까지도 유혹하게 돼 家計 또는 건전한 사회풍토를 어지럽게 만든다. 셋째, 광고주 사이에 과다한 경쟁을 일으켜 광고비는 무한대로 증가하고 광고의 진실성마저 희박해지면서 광고에 대한 윤리문제까지 일으킨다. 이리하여 대량 광고시대에 접어들면서 광고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광고세를 부과하자는 주장도 나왔다가 이를 철회한 일이 있다고 한다. 넷째, 중소기업은 반사적 손실을 보고 있다. 중소기업은 광고에서 경쟁할만한 자금력이 없으므로 판매경쟁에서 대기업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리해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도 결국 대기업에 이를 떠넘길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엄존하고 있다. 다섯째, 심지어는 광고가 언론을 지배하고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며칠전 일간지의 기사를 보았더니 金某 변호사가 삼성 재벌에 얽힌 여러 가지 문제를 공개할 때에 한겨레신문이 이 기사를 많이 내보내자 삼성그룹에서 한겨레신문에 나가던 광고가 중단됐다고 한다. 이와 같이 광고가 언론까지 지배하는 無所不爲의 힘을 발휘한다면 공평과 정의로운 사회도 위협받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일찍부터 있어 왔으나 이를 법제화하지는 못하다가 1998년12월28일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면서 소비성 서비스업에 한해 매출액의 100분의 2를 초과하는 광고비는 손금불산입하는 규정을 마련했다가 2005년12월31일에 이를 다시 삭제함으로써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무제한 손비로서 인정을 받게 됐다. 필자는 광고선전비에 대한 손금불산입의 전면 확대를 주장해 왔는데 오히려 소비성 서비스업마저 그 규제를 없애버린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
경제현상은 때로는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회생의 방편으로 삼을 때도 있고 때로는 소비를 억제해 물가 등 경제의 안정을 도모할 때도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일반적으로 과소비는 경제의 부정적 작용이 더 많은 현상이 나타나므로 일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광고선전비는 과세소득을 계산함에 있어 손비성을 부인함으로써 가격상승을 억제하고 과소비를 조절하는 간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의 소득을 증대시키게 되므로 조세수입의 증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공익성이 있는 기부금에 대하여도 일정한 한도를 둬 규제를 하는데 하물며 광고비는 접대비와 같이 일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손비성을 제한하는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료되는 바, 이에 대한 저항을 극복하지 못하면 이로 인한 갖가지 경제적·사회적 폐해를 막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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