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다. ‘세상을 바꾸는 약속’을 하여 국민들의 공감을 얻은 새 정부가 출범한다.
구체적으로 새 정부는 국가책임 보육, 대학등록금 부담 낮추기,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100% 책임 등을 보장해 ‘국민걱정 반으로 줄이기’, 새로운 일자리 늘리기, 일자리 지키기, 삶의 질 올리기 등 ‘일자리 늘/지/오’, 나아가 사회악 뿌리뽑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의 경제민주화, 지역 균형발전 등을 통해 ‘더불어 함께 하는 안전한 공동체’ 만들기 등 ‘국민행복 10대 공약’을 제시했었다.
공약 내용을 보면, 그러한 공약이 나오게 된 것은 그동안 사회가 부담스러운 보육과 교육, 불충분한 의료서비스 등으로 인해 국민 걱정이 너무 컸고, 청년, 장년, 노년층 어디를 봐도 일자리는 늘지 않았으며, 사회는 각종 사회악과 비민주적 요인들로 인해 불안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된다. 공약 내용에 의하면, 그러한 공액 이행을 위해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이 131.4조원이며, 이를 위한 재원은 세출 절감을 통해 61%, 세입 증가를 통해 39%를 조달할 것이라는 내용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월18일 이러한 공약 이행과 관련 ‘(새 정부에 바라는) 재정개혁 방향’을 놓고 한국재정학회 주체로 전·현직 예산관련부처 장관들을 비롯 재정정책 책임자급 인사들과 재정학 교수 등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토론회가 개최된 적이 있다. 그날 주된 논조는 ‘복지를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는 정치 논리가 재정건전정을 지켜야 한다는 경제 논리를 압도’할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었으며, 그리하여 ‘무리하게 대선 복지공약을 액면 그대로 이행’할 경우 심각한 재정위기가 우려된다는 것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토론회뿐만 아니다. 적지 않는 매스컴들이 이와 비슷한 견해들을 제시해 오고 있음도 몇몇 자료들만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우리 사회의 오늘을 분석해 문제점을 진단함으로써 말 그대로 우리 사회를 보다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사회로 만들어 가겠다는 약속을 국민들에게 한 것이며, 그 약속이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고 감동을 주면서 당당하게 새 정부의 담당자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 공약들을 다 이행하려 하면 나라가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돼 결국 그 공약에서 갈구하던 사회를 만들 수 없게 되고 말 터이니 실천 가능하게 고치거나 버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이 새 정부가 제시한 공약을 보고 정권 획득에 힘을 실어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국민들이 얼마나 두렵지 않으면 아직 나래를 펴기 시작도 안한 정부를 보고 공약을 바꾸라고 요구하는가? 오히려 당선인측에서는 거듭 국민과의 약속을 끝까지 이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행스런 일이다. 물론 공약이 완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세출 절감을 통해서 60%, 세입 증가를 통해서 40%를 조달하겠다는 방식에 수정이 가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바꿔 보고자 했던 사회 자체를 후퇴시키라 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새 정부는 이 단계에서 왜 그런 공약 후퇴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지를 주시하면서, 혹시 그러한 주장이 그들이 제시하는 일정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회 틀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그러한 공약 후퇴 논의는 새 정부가 큰 뜻을 품고 이뤄가고자 하는 사회를 다시금 바꾸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무릇 재정정책은 사회 구조를 바꾸어가는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사회가 취약하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다보면 재정이 더 취약해져서 안된다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하려면 재정 운영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쓰는 것은 줄이기 어렵고, 더 걷는 것도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서 안 된다고 하면 무슨 답이 나오겠는가? 공약집에 나오듯이 쓰는 것을 줄이고 탈루된 세원을 찾는 방법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부족하면 증세를 하는 것이 방법일 수도 있다. 차제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자랑하면서 재정지출 구조와 조세부담 수준이 거기에 걸맞는 것인지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험 많은 전·현직 주무부처 관료들과 다양한 사례에 익숙해 있는 관련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나간다면 그들이 그리도 두려워하는 빚더미에 올라앉지 않으면서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부응하게 공약을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낼 수는 없을까? 공약을 후퇴시키라고 미리부터 요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 정부가 그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려 하고 있는지, 그 재원은 어떻게 조달하려 하고 있는지, 재원을 조달하려 하는 방식이 새 정부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회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방식은 아닌지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 나가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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