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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06. (월)

중산층 감소의 원인 진단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공약에서 비롯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정책현안 중 하나가 ‘중산층 살리기’이다. 취임후 재임기간 동안 중산층 비율을 70%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하고 있다.

 

1997년대말 외환 및 경제위기 이후 중산층 비율이 70% 이하로 떨어진 후 최근 6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이다. 중산층이 엷어질수록 사회․경제의 안정성이 약화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 성장․발전을 저해해 중남미 국가들처럼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더 악화돼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지기 전에 수술칼을 들어 곪은 데를 도려내고 새 살을 돋게 함으로써 경제난국을 타개하자는 데 기본취지가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중산층이란 어떤 계층을 지칭하는가? 본래 영어로는 ‘middle class’이다. 직역하면 ‘중간층’이다. 학술적으로는 소득이 일정 범위 안에 속하는 개인(또는 가구)을 중간층으로 분류한다. 통상적으로 중간층의 범위는, 소득순위가 하위 50%인 중위소득의 50%에서 150% 수준 사이를 지칭한다. 말뜻 그대로 중간에 있는 소득계층을 중간층이라고 분류한다. 서구선진국은 물론이고 OECD에서도 가치중립적인 ‘중간층’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우리는 ‘중산층’이라고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중산층’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소득수준뿐만 아니라 자산이나 소비수준, 문화적 욕구충족 수준 등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일정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암묵적으로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수치상으로는 중간층에 속하지만,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수준이 그런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아,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비율이 실제의 ‘중간층’ 비율에 현저하게 미달하는 현실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국민들의 기대수준이 훨씬 높은 상황에서는 ‘중간층’ 비율을 정책목표인 70% 수준에 맞춘다고 하더라도 ‘중산층 회복’ 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려된다.

 

2000년대 이후 중산층 비율이 빠르게 하락한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들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고령화 추세 및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이 동인이다. 은퇴가구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빈곤층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상당수의 서구복지 선진국에서는 고령인구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높지만 빈곤율은 낮고, 중산층 비율은 좀 더 높다. 그 이유는 공적연금을 통한 소득지지 기여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압축성장 및 압축복지의 결과, 고령자 중 공적연금 수혜대상자의 비율이 낮고 수혜대상자의 경우에도 가입연한이 짧아 수혜수준이 빈곤 탈출에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특별히 제도적인 개선을 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경과하면 연금제도가 성숙되면서 연금수혜대상 비율 및 평균적으로 가입 연한이 상승하면서 크게 개선될 것이다. 다만 현재 공적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소득 지지수준이 미약한 노인가구의 경우에는 과도기적으로 별도의 지원이 요구된다.

 

둘째, 두차례의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 및 명예퇴직자가 급증했고, 최근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단기간에 집중되고 있는 현상이 중산층 비율을 감소시키는 또다른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활동연령 인구라는 점에서 고령 은퇴의 경우와 구별된다. 더욱이 상당수는 창업후 실패를 경험하면서 퇴직금을 포함해 자산 중 상당부분을 상실해 소득 빈곤에 추가해 자산 빈곤에까지 이른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셋째, 개인자영업 부문의 공급 과잉도 중산층 몰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0년대말의 경제위기 이후 실직자․은퇴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상당수가 통해 개인 자영업자로 변신하고 있다. 이는 자영업 부문의 공급 과잉을 야기했다. 공급은 과잉상태로 증가했지만 수요 증가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급 과잉현상은 만성화되고 있다. 늘어난 사업자 수만큼 개별사업자의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보다 심각한 것은, 공급 과잉이 개별사업자에게 분배되는 소득 몫만을 감소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초과공급에 기인해 가격을 하락시킴으로써 사업자들이 나눠야 할 파이의 크기 자체를 축소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개인사업자 수의 과잉 증가가 가격 하락까지 동반함에 따라 개별사업자의 소득감소율이 사업자수 증가율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는 비단 신규 사업자는 물론이고 기존의 사업자 모두의 소득을 낮춤으로써 중산층 비율이 감소하게 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명퇴자, 실직자들의 소득지지를 위해 한때 창업 장려 및 지원정책이 활성화됐다. 퇴직자들에게 희망을 심고 경제적 자립기회를 제공해 줌으로써 실질적인 혜택을 주려고 시작한 정책이, 본래의 취지와 달리 뜻하지 않게 공급 과잉을 야기하는 데 일조를 한 것이다. 창업지원이 적재적소에 이뤄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자칫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무조건적인 창업 지원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는 만큼 선별적 창업 지원방향으로 정책의 선회가 요청되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이상의 요인 외에도 중산층을 엷게 하고 빈곤층을 증가시키는 요인은 무수히 많다. 그렇지만 위에 지적한 세 가지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생각된다. 원인을 진단해 본 만큼 중산층 육성을 위한 처방 모색에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겠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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