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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08. (수)

박근혜 정부의 공약과 세수확보를 위한 조세체계 단순화

이영희 <한국지방세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박근혜 정부의 출범이 다소 늦게 출발했다. 그럼에도 아직 인사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인 것은 대선 때의 공약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부처들이 관련정책을 발표하며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3월29일은 박근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방안’의 핵심인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했다. 그동안 채무불이행자의 일괄적인 ‘채무 감면’으로 인해 도덕적 해이와 성실채무자의 형평성 논란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다. 또한 국무총리실 산하에 사회보장위원회를 신설해 국민행복시대 구현에 나선다. 뿐만 아니라 4월1일에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 다주택자도 추가 주택 구입시 양도세 감면 등 시장 친화적 부동산 대책을 마련해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서민들의 이러한 행복 달성을 위해서는 국가의 재정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없는 재정지출구조의 개편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조세개혁추진위원회와 재정개혁위원회를 신설해 앞으로 증세없는 세수 확보와 지출구조의 개편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공약사항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재원이 5년간 135조원이다. 정부는 현재 분야별 지출 축소를 통해 매년 최대 18조에서 20조원 가량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향후 5년간 공약 이행에 필요한 135조원의 60% 가량인 70조원에서 80조원의 재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조세개혁추진위원회는 세제개혁을 통해 48조원의 재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현행 25개 세목을 10개 내외로 축소하는 조세개혁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확정했다. 현재는 국세와 지방세가 각각 14개와 11개 세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2015년까지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 지방교육세 등 현재 부가세 방식으로 운용 중인 세목이 단일 소비세로 통합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사항을 조세개혁추진위원회에서 논의한 후 8월 정기 세법개정에 반영할 방침을 정하고 있다. 조세체계의 단순화가 징세 효율성 및 납세 순응도를 높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는 조세체계 단순화를 통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효과를 기대하고 있어 다소 우려스럽다.

 

지방세는 2011년까지 16개 세목으로 돼 있었는데, 정부는 세목 단순화의 일환으로 세목 수를 11개로 감소시켰다. 오랫동안 지방세의 많은 세목 수는 지탄의 대상이었다. 물론 세목 수가 많으면 징세비용이 증가하고 납세자의 순응도가 낮아져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세목 수의 감소 자체가 징세비용을 축소시키지는 않다고 본다. 2011년 지방세 개편에 따른 세목 간소화는 징세비용을 감소시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납세순응도도 더욱 낮아졌다고 본다. 세목의 수가 11개로 감소되면서 진정 폐지된 세목은 도축세 하나에 불과하다. 즉 나머지 15개 세목은 물리적인 통합에 의해 감소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세목의 과세대상 및 세원은 다른 세목의 일부로 포함됐거나, 또는 두 세목을 그대로 하나의 세목으로 변경하거나 한 결과이다. 일예로 도시계획세는 재산세와 동일한 세원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재산세의 또다른 세원인 재산세 과세특례분이라는 명칭으로 과세되고 있다. 그와 유사하게 기존의 주행세는 자동차세에 주행분 자동차세로 귀속됐다. 기존 등록세는 부동산분과 그 이외 등록분으로 구분돼 취득세와 면허세로 구분 통합돼, 부동산분은 취득세의 세율을 매우 높이는 결과가 됐다. 따라서 지방세의 세목수는 외관상 감소됐으나 내면적으로는 더 복잡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2011년 지방세 세목 단순화는 당연히 세무행정비용을 줄이지도 못했으며, 납세순응도는 악화돼 납세자의 이해를 어렵게 했고, 특히 학자들이 시계열 분석을 하는데 비연속성을 초래해 어려움만 주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추구하는 세목의 단순화가 징세의 효율성 증진을 위한 것이라면 진정한 세원의 통·폐합이 이뤄져야 한다.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지방교육세 등 현재 부가세 형식으로 돼 있는 세목을 단일 소비세로 통합시키더라도 물리적인 통합이 아닌 성격 및 특성을 고려한 설계가 선행되도록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세목 통·폐합의 유력한 방안으로 목적세를 모두 소비세로 통합하거나 지방세는 재산보유세로 통합해 8개 목적세를 2개까지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세목 수를 단순화해 징세비용을 줄이고 납세순응도를 높이는 것은 납세자 입장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가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대 전제하에 불거졌다는 것이 다소 우려스럽다.

 

정부는 증세없는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고민은 그 어느 부처보다 매우 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세제개편 또는 지출구조 개편을 통해 더 많은 세수를 걷어들이고자 할 것이고, 지출의 필요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줄이는 작업을 병행해 재원을 마련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당장은 무리한 작업의 진행 속에서 사회적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무행정의 효율성이 증진돼 납세순응도가 높이질 것으로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목체계의 조정은 단순화에만 역점을 두기보다는 조세체계의 효율성 제고에 두고 면밀한 검토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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