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조사, 자본시장 선진화 우선과제로
세제정비 1순위…연금수익률 제고, 지배구조 규제 順
금투세 폐지, 장기투자 세제혜택 신설, ISA 혜택 확대
국민 10명 중 7명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우선 추진과제로 ‘투자 관련 세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세제 정비 과제로는 ‘금투세 폐지’(37%), ‘장기투자 세제혜택 신설(24%), ISA혜택 확대(23%), 배당소득세 인하(15.6%) 등을 꼽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민 1천292명에 대해 실시한 ‘한국경제와 자본시장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국민들은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중요한 업종을 묻는 질문에 금융산업(38.4%), 서비스업(31.5%), 제조업(30.1%) 등 고른 응답을 보였다.
응답자 70.1%는 자본시장 선진화, 밸류업을 위한 우선추진과제로 ‘투자 관련 세제 정비’를 답했다. 이어 연금수익률 제고(19.8%), 지배구조 규제 강화(10.1%) 순이었다.
투자세제 정비를 위해 필요한 과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37.1%)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뒤이어 장기투자주주 세제혜택 신설(24.5%),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혜택 확대(22.8%), 배당소득세 인하(15.6%)도 적지 않았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등 금융투자로 얻은 연간 수익이 5천만원(해외투자는 연간 250만원)을 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22%~27.5% 과세하는 내용이다. 최근 폐지하는 방향으로 힘이 실리고 있으나, 구체적인 법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기투자주주에 대한 세제혜택 필요성도 대두됐다. 미국은 주식을 장기간(1년 초과) 보유한 경우 양도소득세를 저율 분리과세하고 1년 이하 보유자에 대해서는 고율 종합과세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보유기간에 따른 세제혜택이 전혀 없다.
대한상의는 “해외입법례를 참고해 장기보유주주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 등을 인하하고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국민 19.8%는 자본시장 선진화 우선추진과제로 ‘퇴직연금 등 연금수익률 제고’를 꼽았다. 퇴직연금은 지난해 소득대체율이 12%에 그쳐 OECD 권고치(20~30%)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지배구조 규제 강화’를 선택한 국민은 10.1%에 그쳤다.
한편 한국경제와 증시에 영향이 클 지정학적 리스크로는 △미국 대선(34.2%) △남북관계 경색(32.8%)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17.1%) △미중갈등(12.2%) △이스라엘-중동전쟁(3.7%) 순으로 답했다.
특히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한국 금융시장 위축 우려가 커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보편관세 원칙에 따라 수출 관세가 인상되면, 국내기업의 수출 부진이 증시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세인상에 따라 미국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둔화돼 한국의 달러 유출 위험이 커지고 환율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익명의 증권회사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며 그동안의 3高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대선 이후에 줄어들고 있다”며 “제도권 증시에서 가상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우려까지 겹치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지배구조 규제가 밸류업의 정답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보다는 오히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와 규제 정비를 더 중시하고 있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보다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자본시장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