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한경연 책임연구위원 "폭넓은 R&D 지원체계 마련 중요"
한국 경제의 혁신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R&D 조세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일반 R&D 세액공제 대폭 확대, 세액공제의 현금 환급제도 도입, R&D 세액공제 신청 증빙서류 단순화 등 세제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R&D 투자 환경 개선과 산업기술혁신 성장을 위한 조세정책 국회 포럼’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송언석 기재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첨단기술을 향한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민간 R&D 투자의 중요성이 확대됐다”며 “기업들의 기술혁신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환영사에서 “우리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부진하고, 대내외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어서 기업들이 혁신에 몰두하기 쉽지 않다”며 “기업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잠재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R&D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도 “현행 제도로는 기업의 지속적인 R&D 투자를 유인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민간의 기술투자 확대와 창의적인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조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D 세액공제 강화로 '기업 R&D 투자 확대→기업 성장' 선순환 도모해야
첫 번째 ‘우리나라 R&D 세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주제발표를 맡은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현행 R&D 세제가 기업 규모별·기술 유형별 지원 격차가 과도하다고 짚고 대·중견기업의 일반 R&D 공제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민간 R&D 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민간 R&D 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2000~2009년 12.7%, 2011~2015년 9.3%, 2018년~2022년으로 7.4%으로 줄었다.
이같은 둔화 원인으로는 민간 R&D 투자를 견인하고 있는 대·중견기업에 대한 미흡한 세제지원을 꼽았다.
임 책임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이 기업규모를 구분하지 않고 R&D에 대해 높은 수준의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을 고려해 대·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을 일반 R&D 기준 대기업은 0~2%에서 10%,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다른 우리나라 R&D 세제의 한계로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에 비해 일반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 수준이 미흡한 점”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 R&D는 높은 공제율을 적용받지만, 공제 대상 기술이 한정적이어서 실효성이 높지 않다”며 “기술간 융합이 빠르고 새로운 먹거리가 다양하게 등장하는 시대인 만큼, 일반 R&D 공제 확대를 통해 폭넓은 R&D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두번째 ‘R&D 세액공제가 R&D 투자와 기업 성과에 미치는 효과’를 주제발표한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R&D 세액공제 강화를 통해 ‘기업 R&D 투자 확대→기업 성장’의 선순환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유사한 조건의 국내 기업들을 세액공제 지원을 받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구분해 R&D 투자 실적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추정한 결과, R&D 세액공제 지원을 받은 기업에서 R&D 투자가 평균적으로 연간 7.2억원 더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며 “이는 세액공제가 기업의 R&D 투자를 유인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한 “R&D 투자 증가효과를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은 3.3억원, 중견기업은 32억원으로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이는 민간의 R&D 투자 활성화를 위해 중견 이상 기업들에 대한 세제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R&D 투자와 기업 영업이익·고용 등 성과 지표 간에 모두 양(+)의 상관 관계가 추정되었다”고 언급했다.
◆"보조금 같은 직접 지원 병행돼야", "세액공제 현금환급제도 도입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현행 R&D 조세지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들이 논의됐다.
김대성 SK에코플랜트 부사장은 “기업의 R&D 리스크 부담을 완화하고 적극적인 R&D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세제지원 등 간접 지원과 함께 보조금과 같은 직접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준 지투파워 부사장은 “중소기업의 R&D 세액공제율이 대기업에 비해 크게 높음에도, 중소기업이 받는 R&D 세액공제 금액은 대기업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며 “중소기업이 현행 R&D 세액공제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겪는 가장 큰 애로가 ‘복잡한 증빙자료 제출’인 만큼, R&D 세액공제 신청을 위한 증빙자료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용립 우리회계법인 회계사는 세액공제의 현금 환급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조 회계사는 “적자 발생으로 납부할 법인세가 없어서 공제받지 못한 세액공제액은 향후 10년간 이월해 공제가 가능하지만, R&D 사업의 높은 실패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이 가능한 빠르게 회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사용 공제액을 즉시 현금으로 환급해 주면, 기업들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현재 국가전략기술 7대 분야는 모두 제조업이며, 신성장·원천기술 14대 분야 중에서도 서비스업은 지능정보, 차세대 소프트웨어, 콘텐츠, 차세대 방송통신 4개 분야에 불과하다”며 선진국 대비 크게 미흡한 서비스업 R&D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민간 전체 R&D 투자 중 서비스업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12.5%로, OECD 33개국(평균 48.3%) 중 최하위다.
김종훈 산기협 상임이사는 “기업간 공동 연구와 R&D의 국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대·중소기업 간 공동·위탁 R&D와 기업의 해외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위탁 R&D에 대해 높은 세액공제율(30%)로 파격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R&D 인력의 소득세 비과세·감면 혜택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해 기업의 원활한 R&D 인력 확보를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