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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6.27. (목)

세무 · 회계 · 관세사

우리나라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에 대한 검토-②

집단소송제 활성화 수요자 의견 반영


【3】
셋째로 전달되는 정보의 목적 적합성과 신뢰성을 증진시키는 회계기준과 외부감사제도, 그리고 공시제도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매우 오랜 제도이기 때문에 상당히 정착됐다고 보나 최근에 스톡옵션의 회계처리나 세계적인 감사법인 Anderson의 붕괴에서 보았듯이 아직도 취약한 부분이 많다. 이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관심이 필요한데, 이번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에서는 감사인의 독립성에 대해 상당히 고심한 느낌은 있으나 좀더 상세히 검토하면 다음과 같은 점에 연구와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독립회계기준제정기구로 회계연구원이 설립됐다. 회계연구원이 태동한 지도 벌써 5년이 가까워져 온 만큼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평가해야 하며, 이런 노력에 걸림돌이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특히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과의 긴밀한 협조관계가 이뤄지고 있는지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질의회신의 권한 등에서 마찰이 있음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초기에는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등에서 지원된 자금으로 많은 연구활동을 지원할 수 있었는데 현재의 예산과 인력만으로 충분한 연구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는 회계기준은 자칫 탁상공론으로 끝나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국제기구나 다른 나라들과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예산의 지원도 필요하다.

회계법인은 전문가집단으로 상당히 중요한 자원이지만 그들이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분위기가 됐는지 검토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그들에게 벌을 주고 제한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번 개선안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비감사서비스의 제한이나 감사인의 정기적인 교체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계속감사나 비감사서비스의 제공이 외관독립성을 침해하는 면은 있지만 한편으로는 감사의 질을 높이는데도 공헌하고 있다. 이러한 것에 대한 판단은 효익과 비용을 분석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감사인이 감사계약에서 일방적으로 약자가 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

공시제도에 대한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는 어떤 정보를 얼마만큼 공시할 것이냐와 언제 공시할 것이냐로 구분된다. 기본적으로 정보의 불균형을 시정하면서도 불필요한 정보가 과다하게 공시돼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나 그 적정수준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 공정공시를 강조해 많은 개선이 이뤄졌기 때문에 크게 언급할 부분은 없다. 다만 ▶부외자산과 부외부채의 공시에 대한 제도 ▶연결재무제표를 주요재무제표로의 정착 ▶회계정보를 즉시 시장에 전달되는 결산속보제도의 도입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

【4】
마지막으로 회계에 대한 규제는 일관성 있고 지속적이며 전문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사실 회계규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만큼 강조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회계규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에서는 감리를 미국보다 철저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계투명성이 미국보다 낫다고 평가하기는 무리라고 본다.

이는 독립적인 입장에서 회계규제를 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국에서는 별도의 회계감독위원회를 설립하고 그 예산 및 의사결정에서 상당히 독립성을 부여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는 회계규제가 정치적 또는 정책적 논리에 좌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또는 기업의 로비에도 상당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건전한 회계시스템이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임을 인식하는 것과 독립적인 회계감독기구 창설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회계규제에 충분한 회계전문가들이 동원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기관에서 동원할 수 있는 회계전문가는 한정돼 있으며 추가로 채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한편 민간에는 다양한 회계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으므로 민간 회계전문가 또는 전문기관을 적극 이용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감리업무 일부를 민간에 위탁하는 정책도 매우 바람직하다. 일반감리나 수시감리 등은 위탁하고 특별감리만을 철저하게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물론 민간에 위탁하는 경우 수탁기관에게 충분한 권리를 부여하고 이에 부합하는 책임을 지우도록 해야 한다.

또 규제로 인한 처벌이 미흡하다. 우리나라 감리지적 기업들에게 감리지적 결과에 대해 어떤 책임을 묻는지 검토해야 한다. 미국에서 감리지적 기업의 3분의 1 정도가 감리후 부도가 나거나 도산하고, 그보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소유권이 변경되거나 상장 폐지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 기업의 감리지적에 대한 조치는 솜방망이같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기업은 망하지 않더라도 이를 책임지는 경영자나 소유자를 교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규제가 모든 회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식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고 회계정보시장이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이 되기 쉽다. 따라서 이번 개선안에서 시장의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회계의 투명성과 회계시스템의 선진화는 정부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과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이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 규제를 기업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사회시스템의 중추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공공기관과 비영리단체의 투명성 확보에도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기관에도 복식부기 또는 발생주의 개념을 도입한다고 하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소유주, 경영자 또는 일반 국민의 기업관("기업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조직이므로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이 바꿔야 하며, 윤리경영 및 투명경영이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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