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차량대장'을 들고 서장실을 나가는 것을 보고 나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 뒤따라 나오는데 이놈들 복도를 내려가면서 내가 바로 뒤에 있는 줄도 모르고 자기들끼리 하는 말이 또한 가관이다.
"씨팔! 별놈 다 봤네. 자기가 함 해보지 씨팔."
"∋※♨≡♧★☆▦⇔…"
확 돌 것만 같았다.
그래 참자!
나는 얼른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담배에 불을 붙여 물었다.
"푸우 뻑뻑…"
수위 둘은 정복을 입었는데 한 놈은 모자를 안 썼다.
왜 모자를 안 쓰느냐고 물어보니 대답이 걸작이다.
"김씨는 모자쓰면 폼이 나는데 저는 폼이 안 납니다."
사실 그랬다.
키가 작고 깡마른 이씨는 모자를 안 쓰고 거수경례를 하는데 흡사 인민군 패잔병이다.
"총무과장님 나는 이씨가 모자를 쓰니 더 폼이 나 보이는데 과장님은 어때요?"하고 내가 물었다.
"저도 쓴 폼이 안 쓴 폼보다 좋아 보입니다. 어이, 이씨 모자 써봐! 그리고 벗어봐!"라고 총무과장이 말했다.
이씨는 모자를 썼다 벗었다 여러번 반복을 했다.
옆에 있던 다른 과장도 "쓰고 있으니 훨씬 보기 좋다"고 거짓말을 보탠다. 이때부터 이씨는 출근하면 반드시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주차장 상태는 변함이 없다.
나는 셋을 불렀다. 총무과장과 행정계장도 같이.
"행정계장님 오늘부터 상관의 명령을 듣지 않는 행위를 일일이 기록하시오!"
"천안에 오기전 구미서는 여기보다 훨씬 큰 데도 수위가 한사람 밖에 뿐이었소."
"여기 천안은 두사람 필요없어요."
"주차장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은 사표를 받아 쫓아낼테니 그리 아시오" 라고 강력하게 지시를 했다.
그때서야 수위 김씨가 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로 차 못 세우게 할 겁니까? 진짜로 그러면 싸워유."
이런, 그럼 지금까지는 농담이었나?
"이것 봐요. 내가 책임을 질테니 싸움을 하더라도 그렇게 하시오. 세무서 주차장은 옆집 주민들이 사용하는 게 아니라 세무서에 일이 있어 오시는 납세자를 위한 것이요."
"한달만 고생하십시오. 싸워서라도 정비를 해야 합니다."
이해가 됐는지 "알겠습니다"고 한다.
그런후 세무서 앞마당에서는 수위 두놈과 기사가 합세해서 요란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싸우면서 하는 말을 가만 들어보니 이건 또 뭐냐?
지금까지 여기에 주차를 해왔던 주민들이 항의를 하니 이놈들 한다는 소리가 서장이 시켜서 그런다고 무조건 둘러대고 있었다.
나를 골탕 먹일 작정이다.
오냐 나도 그럴 각오는 돼 있다.
어디 한번 해보자.
"나도 세금 내는 납세자입니다. 지금까지 안 그랬는데 왜 차를 못 세우게 합니까?"하며 항의를 해댄다.
지금까지 여기에 주차를 해왔던 주민들이 항의를 하니 이놈들 한다는 소리가 서장이 시켜서 그런다고 무조건 둘러대고 있었다.
나를 골탕을 먹일 작정이다.
나는 일일이 그들과 만나 차를 대접하면서 설득을 했다.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해 줬다.
"좋습니다."
"세금 내는 납세자라 하시니 상호와 성명을 말씀해 주십시오."
"내가 조사를 해보고 성실하게 세금을 제대로 내셨다면 평생 여기 주차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더니 꼬리를 내리면서 나가버린다.
한달동안 그들을 설득하고 싸워가면서 계속 밀고 나갔더니 서서히 주차장은 우리 것으로 되찾게 됐다.
이제는 수위들도 내 뜻을 이해하고 열심이었다.
그동안 지방신문 여러 곳에서는 이렇게 씹어댔다.
'신임서장(박○○)은 납세자가 이용하는 세무서 주차장을 폐쇄하고…'
또 어떤 이는 청와대와 감사원에도 진정을 냈다.
조사를 나온 그들은 사정을 설명듣고 오히려 격려를 해줬다.
이제는 세무서 주차공간도 넓어져 민원들이 쉽게 이용을 할 수 있었다.
'휴! 참으로 어렵고 힘들었다.'
67. 서장님 또 걸렸습니다.
천안에 발령을 받고 나니 본청 감찰계에 근무하고 있는 Y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장님 천안에 가면 조심하십시오. 우리가 교호감찰을 나가서 건수가 없으면 천안에 가면 그냥 줍습니다."
사실 그랬다.
정신상태가 이렇게 엉망이고 분위기가 이런데….
걸리면 그제서야 "걸렸구먼유" 실감을 하고, 걸리기 전에는 "걸려봐야 알겠구먼유"하고, 그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추석이 임박해 전 직원을 출장금지시키고 그렇게 조심하자고 다짐을 했는데도 두 사람이 걸렸다.
나는 전 직원을 강당에 집합을 시켰다.
'천안세무서가 제일 취약하다고 소문이 나 있다, 창피하지 않느냐?, 이제부터 조직 보호를 위해서 앞으로 물의를 일으킨 직원은 사표를 쓰거나, 아니면 인민재판은 아니지만 전 직원에게 돌아가면서 귀싸대기 세례를 받도록 하겠다'는 말을 해줬다.
직원들은 묵묵부답, 그냥 눈만 멀뚱거린다.
"이것 봐요 여러분! 우리 직장 우리 천안세무서의 위상과 우리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 강력하게 반드시 시행할 겁니다."
"좋습니까?"하고 다그쳤다.
"예!"
힘없는 대답이었지만 그렇게 다짐을 받고 해산을 했다.
서장실로 들어와 커피를 한잔하고 있는데 부가세과장이 얼굴이 뻘개져 들어온다. 나는 '무슨 일이 또 벌어졌구나!' 직감을 했다.
"서장님 또 걸렸습니다."
나는 속으로 '뭐 이런 데도 다 있냐?'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경종을 울려줘야만 했다.
아까 약속한 데로 극약처방을 쓰기로 작정을 했다.
나는 즉시 전 직원을 집합시켰다.
해산한지 30분도 안됐는데 또 행정계장이 모두 모였다고 연락을 하러 왔다.
나는 3층 강당으로 올라가면서 너무 울화가 치밀어 서장실 바로 앞에 있는 화장실 문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합판으로 된 문이라서 주먹이 쑥 들어갔다 나왔다. 그 문은 아직도 나의 손 자욱이 지금까지 선명하게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 뻔하다.
손등이 얼얼한 채로 강당에 들어갔다.
아무렇지 않은 듯 히죽히죽 웃는 놈이 있는가 하면 분위기가 산만했다. 나는 단상에 올라가서 직원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야! 거기 두놈!"
"히죽히죽 웃는 이유가 뭐야!"
"아직까지 정신 못 차려!"
조용해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