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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세제개편안에 대하여

김유찬 홍익대학교 교수

정부 2011년 세제개편안의 기본 방향

 

 정부는 2011년 세제개편안에서 일자리 창출 지원, 서민·중산층에 대한 지원, 공정사회 구현과 재정건전성 제고, 그리고 조세체계 합리화의 네 가지 정책목표를 추구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2009년의 세제 개편안에서 민생의 안정, 지속적 성장, 과세 정상화, 그리고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 등의 네 가지 정책목표를 추구했고, 2010년 세제개편안에서 일자리 창출 지원, 서민·중산층의 지원, 지속성장 지원, 재정건전성 지원의 네 가지 목표를 추구한 것에 비해 약간의 강조점이 다르나 크게 봐 추구하는 정책의 지향점은 동일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 목표의 실현을 위해 투입되는 구체적인 세제개편의 세부적 내용이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내용이 부족하고 정책목표와 괴리되는 정책 수단이 투입되고 있다. 재정건전성 제고를 중요한 정책목표로 설정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증세에 대한 내용은 없다.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

 

 시장에 대해 거의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고 있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국가 실패에서 찾고 있다. 금융위기의 원인은 미연준의 통화팽창정책과 모든 미국인이 자가를 보유하도록 지원한 정부정책이 빚어낸 결과라고 본다. 그에 비해 케인즈주의 경제학자들은 시장경제의 안정성과 경제의 세계화 추세, 나아가서 금융시장 규제 완화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며 금융부분이 아니라 실물부문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거시경제적 원인을 찾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민간부문의 내재적 안정성과 시장의 자율규제를 확고하게 믿었고 이 믿음은 지난 수십년간 전 세계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들 스스로 사후에 문제였다고 지적한 자가 보유를 촉진한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 개입의 경제적 귀결을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었고 이에 따른 금융부문의 팽창과 단기적인 자산효과가 장기적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환상이라는 것을 적시에 지적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경제위기의 발생은 국가의 경제질서 유지를 위한 심판자 기능을 배제시키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자유주의적 사고와 그에 기초한 정책 자문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지속 가능성과 균형성장이라는 시각을 도외시하면서 단기적인 호황에 안주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경제에 대한 케인즈주의적 처방이 필요한 시점인 것으로 사료된다. 케인즈주의에 입각한 정책이 적절한 대증요법이라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거의 없다.

 

 지난 감세정책에 대한 평가

 

 수년간 자유주의적·공급 중시적 사고에 기초해 추진된 감세정책은 기업 투자와 고용증진 측면에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고소득층의 소득에 정부가 간섭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 즉 양극화만 심화시켰을 뿐이다.

 

 법인세 인하가 투자에 미치는 효과는 미약하다.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의 결과에서 법인세는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여러가지 조건(시장접근성, 노동력 등) 중에 아래 순위에 위치하며 기업이 지출하는 총비용에서 법인세 비용의 비중은 매우 낮다. 국세통계연보(2010)에서 법인의 총비용에서 법인세 비용의 비중은 약 1.09% 수준(2009년 법인세 신고자료 기준: 법인의 총수입 3309, 총소득 200, 총비용 3109, 법인세 산출세액의 합 34)이다. 법인세의 10%를 줄여 준다면 법인의 총비용 중에서 0.1%point에 해당하는 감소효과만이 가능하며 기업입장에서는 이러한 규모의 세부담이라도 줄이는 것을 선호하겠지만 이 때문에 투자에 대한 결정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법인세로 인한 분배 효과도 그렇지만 최근에 이뤄진 세수 효과를 동반하는 다른 세제개편 내용들도 모두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경감 등).

 

 분배가 악화되는 것은 그 자체로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분배와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무시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경제에서 주체는 인간이며 인간의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매우 원초적인 것이라는 점에 따른다.

 

 재정건전성과 복지 수요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 재정수지와 국가채무의 규모는 주요 외국에 비해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에 따른 세수 기반 약화와 연금제도 성숙, 의료 등 복지지출 증가 등 향후 재정부담이 매우 커질 것이 예측된다. 이 늘어나는 지출수요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요구 사이에 갈등은 이미 노정돼 있는 것이다.

 

 현실경제의 문제를 금융문제로 파악하지 않고 실물경제의 불균형으로 파악하는 케인즈주의자들은 또한 분배의 악화가 가장 큰 성장의 저해 요인이라고 본다.

 

 경제위기의 발생원인과 현재의 경제상황, 그리고 미래의 경제발전과 재정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증세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복지분야의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향후 조세 및 재정정책의 지향점이라고 보여진다. 정부의 복지지출의 증가는 단순한 소비적 지출이 아니며내수 증가에 기여하고 내수중소기업의 활성화와 나아가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복지 지출을 성장을 저해하는 낭비라고 보는 기업가, 정치가, 관료들의 시각은 공급중시 경제학에 경도된 탓이다. 정부의 (복지)지출은 총수요 관리차원에서도 필여하다. 이미 오래전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Haavelmo가 증세를 통한 정부지출 증가로 유효수요를 창출하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파한 바 있다(Haavelmo-Theorem).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의 움직임은 이미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나라들에서 시작됐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2011년 세제개편안의 개별 이슈

 

 정부는 지난해 조특법 개정을 통해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로 전환한 바 있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는 투자와 고용의 두가지 요건으로 세액공제를 결정하는 것이다. 동 제도는 기존의 투자요건에 더해 고용요건까지 충족돼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서 신규고용 창출유인으로 기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세특례를 적용받기 위해 일시적인 고용이나 허위사실에 의한 고용등 비정상적인 고용행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2011년의 세법 개정안에서는 고용증가인원에 비례하는 추가공제를 3% 제공하기로 하여 고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추가공제도 투자금액의 3%이므로 투자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역시 효과는 불확실하다.

 

 고용 창출을 위하여는 이번 세법 개정안이 채택한 중소기업의 고용증대에 대한 사회보험료(총급여의 10%) 세액공제제도가 좋은 방법으로 평가된다. 다만 중소기업의 최저한세 규정 때문에 이 제도가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최저한세 규정에서 예외로 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장려세제의 확대와 부양자녀 수에 따른 지급액을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한 제도 개선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 개선은 전통시장 영세사업자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 수수료 부담을 영세상인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며 자금 유통이 원활해야 하는 전통시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카드로 결제를 하면 다음달에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상품을 도매처에서 구입할 때 바로 대금을 마련할 수 없어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2011년 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대기업 물량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방안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한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다른 법인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혜택을 주는 경우 증여로 의제해 과세한다는 것이다. 의제되는 증여가액의 계산은 수혜법인의 세후영업이익에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 거래비율과 납세의무자의 지분비율 중 3%를 초과하는 주식보유비율을 곱해 계산한다.

 

 여기에서 가장 먼저 지적될 것은 정부안이 물량 몰아주기라는 측면에 집중해 증여의제가액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기업 간에 어떠한 의도에서든지 거래과정에서 혜택을 주고자 한다면 그 혜택의 규모를 재는 방법은 정상적인 거래조건보다 가격을 얼마를 더 유리하게 해줬느냐를 기준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비용을 간신히 커버할 수 있는 정도의 가격조건하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면 물량을 몰아 줬다 하더라도 기업의 수혜규모는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또한 납세의무자는 수혜기업이 아닌 수혜기업의 지배주주가 돼야 하고, 증여세 과세대상은 영업이익이 아니라 주식가치증가분이, 증여의제가액은 지배주주의 전체지분의 가치가 증가된 부분이 계산의 기초가 돼야 한다.

 

 물론 주식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비상장주식의 경우 문제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비상장주식이 증여되는 경우 그 가치를 평가하는 상증세법상의 규정에 따라 평가하도록 돼 있다. 상증세법 상의 비상장주식에 대한 평가규정을 동 사안에서 적용하는 것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특정 기업의 일정한 기간 동안의 주식의 가치증가가 소위 물량 몰아주기에 기인한 것인지, 혹은 다른 이유에 기인한 것인지 구별해 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안에서 영업이익에 일감 몰아주기 거래비율을 곱한 것이 증여가액에 해당한다고 계산하는 것은 근거과세와 더 거리가 먼 일괄적 과세에 해당된다.

 

 동 과세사안에서는 입증책임을 기본적으로 납세자에게 부여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어느 정도가 특수관계기업이 제공한 혜택이 아닌 기타의 이유에 기인한 주식가치증가분인지 납세자가 설명하게 하는 것으로 과세당국은 단독으로 결정하지 않고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납세자가 제출한 자료를 객관적으로 심의하고 합리적 설명이 가능한 부분에 대하여는 인정해 주면 된다.

 

 그외에 이번 세법 개정안은 가업상속에 대한 상속세 경감규정을 두고 있다. 고용요건(상속후 10년간 고용평균 1.0배 유지)을 전제로 상속재산에 대해 공제를 확대하는 것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보더라도 그 규모와 남용 가능성에 대해 고려가 필요하다. 공제한도를 현행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고 공제율을 40%에서 100%(전체!!)로 늘리는 것은 너무 획기적이다. 남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가업으로 상속돼야 경쟁력이 유지되는 업종에 대하여만 동 제도가 적용돼야 하며 이를 구별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 제도의 성공적 적용을 위하여는 자본소득과세제도가 보완돼야 한다. 상속이전에 피상속인 단계에서 축적된 미실현자본소득이 상속인에게 이전된 뒤에 고용을 요건으로 사업용 자산으로서 공제되면 피상속인 단계에서 축적된 미실현자본소득은 영원히 과세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나중에 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할 때 취득가액을 상속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을 적용하도록 하여 최소한 피상속인 단계에서 축적된 미실현소득이 나중에라도 과세되도록 해야 한다(자본소득의 과세이연에 해당함). 그렇지 않으면 동 제도는 상속과정에서 심각하게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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