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하나는 잘하는 국세청', 그간 국세청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높았으나 업무능력 하나는 '똑 소리난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같은 전통이 반영된 것일까. 지난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감은 앞뒤 안 가린 국세청사 출입 통제로 결국 국감 중단이라는 사태를 맞았다.
오후 2시30분경 국감이 재개된 이후 5층 대회의실이 술렁거렸다.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청사 1층 로비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안 전 국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출입을 통제당한 것이다.
1층 상황을 보니 안원구 전 국장과 안민석·최재성 의원(민주통합당), 박원석 의원(무소속)이 청사 로비에 설치된 출입게이트가 열리지 않아 국회 방호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문제는 안원구 전 국장의 출입통제과정에서 국감을 치러야하는 기재위원들까지 발이 묶이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에 기재위원들은 국감장 출입이 아닌 휴게실로 이동해 안 국장과의 간담회를 갖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국세청 방호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출입게이트를 넘어선 안 전 국장과 기재위원들은 국세청 엘리베이터가 꺼져 있자, 보좌관들에게 "이 사실을 야당의원들에게 알리라"고 지시한 뒤, 계단을 통해 5층 국감장 옆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을 강행하지만 이 과정에서 방호원들과의 멱살잡이까지 벌이는 극한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몸싸움까지 벌였지만 출입통제가 어렵게 되자 1층의 한 방호원은 "어떻게 막으라는 것이냐"며 고성을 질렀고, 5층에서 국회의원과 멱살잡이를 벌인 방호원은 "국세청 직원이냐"며 신분을 묻자 "국세청 경비입니다"라며 울먹이는 표정을 보였다.
결국 국세청 국감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안원구 전 국장의 출입을 막으려다 오히려 경직된 국세청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분명 국세청 방호원들에게는 안원구 전 국장을 출입을 막으라는 윗선의 지시가 내려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왜 막은 것일까. 안원구 전 국장의 출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적에 그 외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 잘하는 모습'의 전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안 국장이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어차피 여·야간의 설전이 이어질 뿐 안 국장의 증언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국세청이 자충수를 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회 경위까지 동원돼 안 전국장의 국세청사 출입을 막아야 하는 이유? 국세청이 불을 지핀 격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