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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4.28. (월)

일 잘하는 국세청의 반증?

'일 하나는 잘하는 국세청', 그간 국세청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높았으나 업무능력 하나는 '똑 소리난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같은 전통이 반영된 것일까. 지난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감은 앞뒤 안 가린 국세청사 출입 통제로 결국 국감 중단이라는 사태를 맞았다.

 

오후 2시30분경 국감이 재개된 이후 5층 대회의실이 술렁거렸다.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청사 1층 로비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안 전 국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출입을 통제당한 것이다.

 

1층 상황을 보니 안원구 전 국장과 안민석·최재성 의원(민주통합당), 박원석 의원(무소속)이 청사 로비에 설치된 출입게이트가 열리지 않아 국회 방호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문제는 안원구 전 국장의 출입통제과정에서 국감을 치러야하는 기재위원들까지 발이 묶이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에 기재위원들은 국감장 출입이 아닌 휴게실로 이동해 안 국장과의 간담회를 갖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국세청 방호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출입게이트를 넘어선 안 전 국장과 기재위원들은 국세청 엘리베이터가 꺼져 있자, 보좌관들에게 "이 사실을 야당의원들에게 알리라"고 지시한 뒤, 계단을 통해 5층 국감장 옆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을 강행하지만 이 과정에서 방호원들과의 멱살잡이까지 벌이는 극한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몸싸움까지 벌였지만 출입통제가 어렵게 되자 1층의 한 방호원은 "어떻게 막으라는 것이냐"며 고성을 질렀고, 5층에서 국회의원과 멱살잡이를 벌인 방호원은 "국세청 직원이냐"며 신분을 묻자 "국세청 경비입니다"라며 울먹이는 표정을 보였다.

 

결국 국세청 국감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안원구 전 국장의 출입을 막으려다 오히려 경직된 국세청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분명 국세청 방호원들에게는 안원구 전 국장을 출입을 막으라는 윗선의 지시가 내려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왜 막은 것일까. 안원구 전 국장의 출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적에 그 외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 잘하는 모습'의 전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안 국장이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어차피 여·야간의 설전이 이어질 뿐 안 국장의 증언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국세청이 자충수를 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회 경위까지 동원돼 안 전국장의 국세청사 출입을 막아야 하는 이유? 국세청이 불을 지핀 격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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