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대중정책 제외한 전략적 차별화 뚜렷
한경협 "두가지 경우의 수 민관 합동 대비 중요"
미국 대선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경제정책 방향이 180도 엇갈려 한국 경제계의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민주당은 청정에너지를 강조하는 반면 공화당은 석유, 가스, 원자력 생산 증대를 표명하는 등 에너지 정책이 매우 대조적인 만큼 반도체, 2차 전지업체, 자동차 등 업종별은 물론 각 기업 단위에서 맞춤형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3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2024년 대통령선거 정강(정책방향)을 분석한 결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경제정책 기조가 극명한 차이를 보여 정부와 경제계가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인세 온도차…민주당 21%→28% 인상 vs 공화당, 15%까지 감세
민주당은 법인세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 중심 정책을, 공화당은 규제 완화와 감세, 기술혁신 장려 등에 각각 방점을 두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법인세 인상·인하 여부는 국내 기업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법인세율을 28%까지 높일 것을 정강에 명시하며 강한 인상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은 포괄적인 감세 의지만을 공표하고 있는데,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언론과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15%까지 감세를 목표로 최소한 20%까지 낮추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청정에너지↑석유↓vs 공화당 석유·가스·원자력 부활
에너지 정책 분야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기조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민주당은 ‘청정에너지 확대, 석유 지배력 축소’를 모토로 청정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 미국산 저탄소 자재 사용 의무화 등 환경 기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공화당은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 모든 에너지 생산 증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 관련 규제를 전면 해제하면서 원전에 대한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에너지 생산 허가 절차도 간소화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 기업의 관심이 높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에 대한 공화당 정강 상 직접적 언급은 없으나 바이든의 전기차 관련 의무 조치 무효화를 직접 언급, 전기차 육성 정책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다만 IRA 보조금의 완전한 철폐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로 의회 선거 결과도 함께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련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 내 에너지 사업의 분야별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관련 기회 포착을 위해 미국 대선의 추이와 결과를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중 정책, 민주당 전략적 '경쟁' vs 공화당 전략적 '독립'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대중국 정책에 대한 강경 기조를 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세부전략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은 ‘위험 완화’ 노선을 통한 대중 관계의 안정성 유지를, 공화당은 ‘중국으로부터의 전략적 독립’을 천명했다.
민주당은 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핵심광물, 철강,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서 대중제재를 확실히 하되, ‘완전한 분리’ 대신, 필요시 새로운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핵심첨단기술 분야, 공급망 부문을 중심으로 한 중국 견제를 공표한 것.
반면 공화당은 △최혜국대우 지위 철회 △중국산 필수 재화(전자제품, 철강, 의약품) 수입단계적 중단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및 기업(산업) 구매 금지 △중국산 차량 수입 금지 등 강력한 제재의사를 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는 공화당 정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경협은 첨단기술, 필수 재화 관련 미국 진출 기업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동반자 협력 vs 공화당은 미국 우선주의 강화
무역·통상 분야에서는 공화당은 정강에 미국이 1조달러 무역 적자에 놓인 상황을 강조하며 보편 관세 부과와 트럼프 상호 무역법안 통과까지 확정적으로 명시하며 다양하고 강력한 무역 정책을 제시했다. 다만 우리 경제계가 관심을 두고 있는 ‘한국 등 미국과의 FTA체결국에 대한 보편관세 등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통상 관련 구체적인 정책을 명시하지 않았다. 한경협은 민주당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강화’를 강조한 것을 감안할 때 기존 통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민주당 정강은 인도태평양프레임워크(IPEF), 글로벌 인프라 및 투자 파트너십(PGII) 등 다자간 협력과 동맹국 간의 경제 협력에 힘쓰겠다는 점을 2020년 대선 당시보다 더욱 강조하고 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양당의 정책 기조가 미국우선주의라는 큰 줄기는 비슷하지만 2020년 대선보다도 정책 차이가 확연해진 만큼 우리 경제계와 정부 입장에서는 플랜 A, B를 모두 면밀히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양당이 모두 강조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그 양상이 매우 대조적인 만큼 반도체, 2차 전지업체, 자동차 등 업종별은 물론 각 기업 단위에서 맞춤형 준비가 필요하고 미국 내 투자가 많이 이뤄진 부문에 있어서는 정책 변화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대응도 필요해 보인다”며 경제계와 정부가 공조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