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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4.08. (화)

내국세

"상속세 정부안 도입시, 자산 이전시점간 세부담 격차 확대 가능성"

기재부-조세연, 4일 상속세법 개정안 공청회 

'자녀공제 5억+인적공제 최저한 10억원' 납세자 자산 이전의사에 영향

적정공제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바탕 세제의 효율비용 최소화 필요

위장분할 등 조세회피 우려…국세청, 과세인프라 역량 발전 과제

 

 


정부가 상속세 과세체계를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입법예고한 가운데, 정부안대로 직계존비속 상속인 공제가 5억원으로 확대되고 인적공제 최저한 10억원이 적용되면 자산 이전시점간 세부담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지적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4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서울지방조달청 별관에서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상속세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는 75년간 유지해 온 상속세 과세체계를 상속액 전체가 아닌 ‘상속인 각자가 받은 만큼 내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개편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950년 도입된 현행 상속세 체제의 큰 틀이 바뀌게 된다.

 

발제를 맡은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제연구센터장은 “상속세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기회균등 촉진의 차원에서 과세기준은 총 유산 규모가 아니라 각 상속인이 실제로 상속받는 재산의 규모에 기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유산취득세 도입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다만 “조세채권 확보가 어려운 경우 제한적 상황에서 상속인간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이슈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상속인별 상속재산 확인 등에 따른 세무행정 비용 증가 및 위장분할 등 조세회피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과세인프라 확대 및 국세행정시스템의 발전을 해결책으로 들었다. 

 

상속세가 있는 OECD 국가가 이미 대부분 유산취득세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과세방식을 변경한 일본 등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제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27년까지 유산취득과세 집행시스템 마련 및 보완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 센터장은 “상속세 유산취득세 도입은 자산 이전에 대한 과세방식을 일원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정부안 도입시 이전 시점간 세부담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적정 공제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세제의 효율비용을 최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 "증여공제도 상속공제 수준으로 상향해야"

자녀공제-증여 10년 5천만원, 상속 5억원…자산이전 늦어 부정적 영향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유산취득세 전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증여공제를 상속공제 수준으로 상향, 연대납세의무 최소화 등 개선 의견을 제시했다.  

 

첫 토론자로 나선 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상속인들이 법정상속분대로 상속재산을 분할하면 자녀 수가 많을수록 배우자공제가 줄어드는 현행 유산세 구조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유산취득세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현행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의 유산총액이 동일하더라도 상속인 숫자가 많아질수록 총 상속세액이 늘어나는 불합리적인 결과가 초래된다”고 말했다.

 

“자녀 수가 6명을 넘어서지 않으면 일괄공제 5억원을 넘어설 수 없다. 따라서 유산 총액이 동일하더라도 상속인 숫자, 자녀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배우자공제와 그밖의 인적 공제를 합한 인적공제의 규모가 작아지기 때문에 상속세 총액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세수 부족을 이유로 불합리한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 보수하자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상속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세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산취득세를 반대하는 이유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 역시 유산취득세 도입 찬성입장을 밝히고 “국민이 원하는 세금제도, 기업활동에 있어 필요로 하는 세금 제도이기 때문에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원칙과 기본이 흔들리지 않아야 증세나 감세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저항을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증여공제도 상속공제 수준으로 상향할 것도 주장했다. 그는 “증여공제도 상속공제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자산이전이 계속 늦어지게 되고 상속 지연으로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줄 경우 증여는 10년에 5천만원만 공제되지만 상속세는 5억원이 공제돼 세부담이 크게 차이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자녀공제, 배우자에 대한 증여 공제도 상속공제와 일치시켜 정합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유산취득세에서의 추정과세 문제는 도입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태규 조세연구위원 "고의적 조세회피 아닌 사유로 연대납세의무 부과는 재고돼야"

"분할기한 경과 후 최초 협의분할로 상속분 확정땐 경정청구·수정신고 허용 필요"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조세분석심의관은 유산취득세 전환에 대한 고려사항으로 현행 소득세의 결함을 상속세가 보완해 준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취득세는 포괄주의 관점에서 볼 때 원천적으로 다 포괄주의 과세를 실행하고 있지도 않고, 자본이득세에 대해 과세장벽이 크고 덜함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속세 완화 논의에도 합리적 과세비율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필요하다. 문제는 자산의 불균형은 소득 불균형보다 더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구구조 변화가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일깨웠다.

 

그는 “주택가격·자산가격 상승이 동인이 된 재산 불균형을 상속세만으로는 해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사회적 통합을 통한 경제성장을 고려할 때 상속세를 포함한 합리적인 재산 과세 방안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교 연세대 교수는 “국세청의 과세 인프라 고도화로 허위·위장분할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고, 상속인이 많으면 상속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유산취득세 방식 도입을 찬성했다. 또한 “상속세 과세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해 세수 감소는 어느 정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배우자 상속공제는 전액 상속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공제한도를 50억원으로 올리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대납세의무는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위장분할, 허위 분할이 아닌 특정 조세채권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연대납세의무를 지우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납세자연합회장)는 “모든 세제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만 유독 유산세 방식을 가질 이유가 없다”면서 “응능부담원칙과 조세형평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태규 한국공인회계사회 조세연구위원은 “상속인 간의 고의적인 조세 회피가 아닌 다른 사유로 타 상속인에게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며 주장했다.

 

특히 “현행 입법예고안의 연대 납세 의무를 규정한 ‘상속세에 대한 조세 채권을 확보하기 곤란한 경우’라는 문구는 그 개념이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조세 법률주의상 조세 명확주의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상속인 일부가 가업 상속을 받거나 상속세 연부연납을 받은 상속인이 상속세를 추징받거나 납부를 체납하는 경우에는 다른 상속인은 어쩔 수 없이 거액의 피해를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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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은 “실제 상속 과정에서 재산 분할이 상속인들 간에 합의가 되지 않아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분할기한 경과 후 최초 협의 분할로 상속분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경정청구 및 수정신고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산취득세 구조에서는 가업상속공제의 혜택을 나눌 수도 없고 세액을 대신 부담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분할협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한 추가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건영 기재부 단장 "유산취득세, 다자녀 친화적인 정부정책 시그널"

"무자력자 등 조세체권 확보 어려울 때 연대납세의무 부여 필요한 부분"

 

김건영 기획재정부 조세개혁추진단장은 “유산취득세는 젊은 세대에게 자녀를 많이 낳아서 자녀들에게 많이, 골고루 나눠줄수록 세부담도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정부 정책의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세수 감소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걱정되는 측면은 있다”면서도 “소위 다자녀 친화적인 조세 제도 특히 가장 가족 관계와 밀접한 게 상속세하고 증여세인 만큼 상속세의 자녀공제를 5억원 정도로 맞추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일관되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대납세의무를 위장분할, 우회상속, 조세채권 확보가 어려운 경우로 제한한데 대해 프랑스와 일본의 예를 들어 연대납세의무 적용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단장은 “무자력자 등 체납이 뻔한 경우 상속세가 부과되면 다른 상속인들간 연대납세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현행 증여세의 연대납세의무 정도를 고려할 때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증여공제를 상속공제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상속은 재산이 한꺼번에 이전될 수 있어 증여보다는 높은 공제수준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배우자 공제는 국회 논의 경과를 봐서 구체적으로 정리되면 유산취득세에서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애인공제, 미성년 공제 등은 활용도가 1%도 되지 않는 만큼 유산취득세 전환 후 활용수준을 반영해 공제 수준을 검토하기 위해 이번 개편안에 담지 않았다며 향후 여러 가지 논의 과정에서 그 부분도 추가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남은 입법예고 기간 동안 공청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포함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 5월 중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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