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권리구제제도 개선방안' 국회 정책토론회
"통합조세심판소 재결에 과세관청 불복권 미허용 바람직"
"과세전적부심사제도에 협의과세제도 도입해 실효성 확보"
"세무사 등 조세전문가 활용해 비상임 조세심판관 풀 확대 필요"


우리나라의 조세불복제도는 사전적·임의적 구제절차인 과세전적부심사와 사후적·임의적 구제절차인 이의신청, 사후적·필수적 구제절차인 국세청 심사청구,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감사원 심사청구 등이 있다. 감사원 심사청구나 국세청 심사청구,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중에 하나를 거쳐야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의 3심제로 운영되는 행정소송으로 갈 수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조세불복 제도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로 납세자에게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행정심판과 행정소송간 미연계로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태년·정성호·정태호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세무사회와 한국세법학회가 공동 주관한 ‘납세자 권리구제제도의 현주소와 개선’ 정책토론회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전문가들은 조세행정심 기능과 법원의 1심 기능을 통합해 새로운 ‘통합조세심판소’ 설치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조세법률주의와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해 ‘조세법원’ 설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김석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오는 6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조세심판원과 국·관세심사위원회 등 95개 온라인 행정심판시스템의 통합은 행정심 단계의 조직 통합에 그칠 뿐 현행 조세 불복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세불복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성격이 다른 다양한 행정분야의 행정심기관을 기계적·형식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 조세행정심 기능과 법원의 1심 기능을 통합해 새로운 ‘통합조세심판소’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들도 통합조세심판소 설치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조세불복에 대해 현재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 구제절차로 인한 납세자의 불편과 비용부담을 감안할 때, 조세불복에 대한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권리구제 절차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조세불복 절차는 사전적 구제제도인 과세전적부심사와 사후적 구제제도인 이의신청, 심사청구,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감사원 심사청구 등이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다단계로 돼 있어, 신속하고 효과적인 납세자 권리구제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완석 강남대 석좌교수(조세심판원 정책자문위원장)은 “조세 행정심판의 기능과 법원의 1심 기능을 통합해 새로운 통합조세심판소의 설치방안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통합조세심판소는 행정부(국무총리실, 국민권익위원회 또는 법무부)의 소속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통합조세심판소를 설치할 경우에도 그 재결에 대해 과세관청에게 불복권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통합조세심판소의 재결에 대해 과세관청에게 불복권을 부여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의 조세쟁송은 3심급(통합조세심판소→조세법원→대법원)을 거치게 되어 행정심판의 존치의의는 반감될 뿐만 아니라 현행의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를 포함한 조세구제 제도보다 국민의 권익구제기능의 열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등법원급 전문법원인 조세법원 설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세무사와 공인회계사(조세소송대리인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 또는 일정 기간 조세소송에 관한 연수교육을 마친 자 등과 같이 소송수행능력이 검증된 자)에게 조세법원 등에서의 소송대리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조세사건의 기술성과 전문성 △법률소비자의 자기결정권 보장 △소송대리인의 문호 개방을 통한 영세납세자의 권익 보호 △소송대리인의 일관성 유지△다른 자격사(변리사)와의 형평성 확보 △주요 외국의 입법례 고려를 들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납세자 입장에서는 현 조세불복제도가 단계도 많고, 같은 단계에도 여러 절차가 중복돼 복잡하고 혼란스럽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문제로 “현재 우리나라 행정심이 사법절차 준용 정도가 높다고 보기 어려워 재결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통합조세심판소가 설치된다면 전체적인 심급구조를 축소해 그간 문제로 지적됐던 시간적·경제적 비효율을 개선할 수 있고, 법관, 조세전문 행정관료 및 민간 조세전문가가 협력해 실질적으로 사법절차 준용을 개선해 재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법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조세전문법원 설치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승근 한국공학대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은 “조세부담이 2002년 국세수입이 100조원을 넘고, 2012년 200조원을 넘고, 2022년에는 약 400조원에 이른다”며 “조세부담 증가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납세자와 조세 행정당국 간에 발생하는 분쟁의 조기 해결이 필요하다”고 신속하고 효과적인 납세자 권리구제를 강조했다.
그는 “현행 필요적 조세심판전치주의는 그 불복심사가 국민의 권리이익의 구제를 위해 충분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경우는 오히려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수 있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세전 적부심사제도의 실효성 확보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사전적·임의적 구제절차인 과세전 적부심사제도를 두고 있으나,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비율이 갈수록 하락해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과세전 적부심사제도에 협의과세제도를 도입해 과세전 적부심사제도의 이용을 제고하고, 실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비공식적인 협의과세를 법률상의 제도로 명문화해 적법성 원칙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기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은 “조세불복에 대한 심판기구가 통합된다고 하더라도 조세불복 제기 건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운용이 계속 이어진다면 심판처리 역량과 전문성 측면에서 통합심판기구로의 전환 효과는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세무사 등 조세전문가 활용을 제언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심판기구로의 전환 여부와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조세심판 관련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고 세무사 등 조세전문가를 활용해 비상임 조세심판관의 풀을 확대해 심판 처리역량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조세불복에 대한 소송사건에서 변호사만 소송대리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납세자들은 비용부담으로 인해 조세심판 단계에서 인용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해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실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해당 사건의 조세심판을 대리했던 세무사가 행정소송법 등 조세소송을 대리하기 위해 필요한 과목을 이수한 경우라면 해당 사건에 대한 조세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과 팀장은 “오늘 토론회를 통해 (행정심판을) 필요절차와 임의절차를 합쳤을 경우 사법절차 준용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고 인력구조상 보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행정심판과 법원 1심을 통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조세심판원에서 한 해에 처리되는 건수가 1만1천여건에서 1만6천여건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 안대로 법원 인력과 심판원 인력을 합쳐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법원 행정심판 단계에서의 병목현상을 많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