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체납엔 끈질기게 대응…MZ‧부모세대에 부담주는 민생분야 철저 조사
조사행정력 동원 없이 제도개선‧부처협의로 세수확보…"해야 할 일 제대로"

지난달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 강경 대응책으로 세무서 재산추적조사 전담반을 25곳에서 73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히며, 체납세금을 회피하는 신유형에 대해 최초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공개했다.
'중간배당'으로 껍데기 회사를 만들어 체납세금을 회피한 사례였다. 사연인즉, 이 법인은 건물신축판매업자로 부동산을 모두 매각해 고액의 수입이 발생했으나, 부동산 매각 수입에 대한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은 채 주주에게 중간배당을 하고 폐업해 버렸다.
새로운 체납회피 유형인 만큼 국세청은 철저한 논리 개발에 주력했다.
배당을 결정하기 전에 이미 부동산 매각 수입에 대한 법인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점, 배당금을 지급하면 세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고의로 중간배당한 사실을 밝혀냈다.
배당금을 환수한 사해행위취소소송 사례가 없고 패소 가능성도 높았지만 국세청은 포기하지 않고 주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끝내 승소했다. '중간배당'을 이용한 체납세금 회피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로, 2년여 동안 끈질기게 대응함으로써 악의적 체납은 반드시 제재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작년 연말엔 체납자도 잊고 있던 공탁금을 찾아내 체납세금에 충당한 사례도 공개됐다.
공탁금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있어 기간 내에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되며, 체납세금은 그대로 남아 가산세도 계속 늘어난다. 이 사례는 체납자가 지급절차를 밟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공탁금 6억 원을 찾아낸 것인데, 이후 법원에서 담보 취소 결정을 받아내는 등 어렵고 복잡한 여러 단계의 회수 절차를 거쳐 체납자 대신 공탁금을 받아 밀린 세금에 충당한 것이다.
이 역시 악성 체납자에 대해서는 재산추적을 철저하게 한다는 국세청 방침을 재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두 사례는 체납정리 업무과정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안으로, 고액·악성체납에 대한 국세청의 치밀하고 끈질긴 대응 능력을 보여준다.
체납정리 업무 뿐만 아니라 성실신고 유인 효과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 세무조사에서도 파급효과가 큰 사례가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게 지난 2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조사였다. 스·드·메 시장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 횡포가 심각한 실정이며, 고가의 비용 부담 때문에 신혼부부들이 결혼 전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고 알려진다.
실제로 정부가 결혼 준비 비용을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예식장 비용이 1천790만원, 스·드·메 비용은 520만원 정도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드·메 비용 520만원 중 174만원은 추가금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현금결제 수법으로 탈세하는 사례가 많다는 전언이다.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MZ세대 사이에서 "진작 했어야지" "적절한 조크를(스드메의 문단속) 넣어서 분명하게 엄포하는 건 멋있다" 등등 반향이 컸다. 실생활과 직결돼 체감이 큰 분야여서 세무조사에 대한 공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전 산업계에 만연한 리베이트 수수 관행에 메스를 가한 것에 대해서도 "사회적 부작용이 너무 커 당연한 조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지난해 9월 국세청은 리베이트 폐해가 심각한 3대 분야인 건설사, 제약사, 보험중개사 등에 대해 전격 조사에 착수했다. 재건축조합과 시행사에 리베이트를 준 건설업체,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한 의약품업체, 보험에 가입한 사주일가에 리베이트를 준 보험중개업체들이 줄줄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제품 품질 향상이나 원가절감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이해관계인들에게 리베이트로 소진돼 경제·사회적 부실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세무조사가 이어져야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무엇보다 체납자 재산추적, 탈세자 세무조사와 같은 압박 행정을 구사하지 않고도 세수확보라는 본연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사례들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과 보험 해약환급금준비금 설정률 변경 등이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올해 부동산 감정평가사업 예산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확보하고 평가대상도 확대해 직·간접적으로 1조원 이상의 세수를 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예산확보를 위해 국세청장은 물론 국실 간부들이 모두 움직였다고 한다.
또한 올해 1조4천억원 이상의 세수증대 효과가 예상되는 보험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은 국세청이 기재부·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치열한 논리개발과 설득작업을 통해 세수증대로 이어지게 했다는 점에서 정부부처 간 성공적인 협업사례로도 꼽힌다.
이처럼 국세청은 고질적이고 신종 체납 사례에 대해선 치밀하고 끈질긴 대응을 보여주고 있으며, 젊은 세대와 부모 세대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민생분야 조사에선 국민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
특히 강제적인 조사 행정력을 동원하지 않고서도 제도개선과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공정과세와 세수확보'를 동시에 이뤄내는 등 그야말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최근의 국세청 행보를 보면 떠들썩하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서도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특히 어려운 경제여건과 탄핵정국임에도 공정과세와 세수확보 분야 만큼은 실속 있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