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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06. (금)

내국세

이재명정부 출범…세수확보 책임질 국세청장은?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4일 오전 6시21분 임기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에서 취임선서와 함께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재정확대 의지를 밝혔으나, 2년 연속 세수펑크에 이어 올해도 세수부족이 예상되는 등 사회·경제·복지 등의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예산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건전예산의 바로미터인 세수입의 경우 재작년 56조4천억원에 이어 작년 30조8천억원 등 2년간 87조원이 넘는 세수결손 상황이 발생했다.

 

올해 편성된 국세수입 예산은 382조4천억원으로 세수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작년 대비 45조9천억원 더 걷혀야 하나, 내수지표와 교역상황 등을 고려하면 세수가 전년보다 14% 이상 더 증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과 함께 오히려 올해 세수결손이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국세수입 예산 382조4천억원 가운데 97.5%에 달하는 372조9천억원을 소관세수로 두고 있는 국세청의 역할에 자연스레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 경제1분과 모 위원은 국세청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국세청이 자동세수(신고납부) 외에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국세청을 사실상 둘로 나누는 조직개편마저 시도했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십수년이 흐른 지금, 국세청의 역할에 대해선 그 누구도 폄하하지 않는다. 국가세수의 대부분이 신고납부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납세자가 성실납세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신고도움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탈세·탈루 시도에 대해선 경종을 울리는 엄정한 세법집행기관으로 우뚝 서 있다.

 

세수입 조달기관이자 공정과세를 구현하는 국세행정 최고 사령탑은 국세청장으로, 국세청장의 철학에 따라 국세행정의 우선순위는 물론 행정 수요자인 납세자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매우 중요한 공직이다.

 

인사청문회 대상이자 검찰청·경찰청 등과 함께 사정기관으로 분류되는 국세청장은 별도의 임기가 없는 점이 특징이다.

 

2000년대 들어 김대중 정부를 필두로 윤석열 정부까지 6개 정부가 들어서는 동안 14명의 국세청장이 탄생했으며, 현 강민수 청장을 제외한 전임 13명의 국세청장 평균 재직기간은 1년7개월 24일이다.

 

이 기간 최장 임기를 누린 이는 임환수 국세청장으로 2년10개월 6일 동안 재직했다. 최단 임기는 정확히 1년간 재직한 백용호 국세청장으로,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에서 차관급인 국세청장에 임명돼 당시 국세청이 처했던 과도기적 상황을 여실히 방증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임명된 국세청장은 총 5명이며, 대통령 지명 이후 인사청문회 절차(김창기 청장 제외)를 거쳐 정식 취임하기까지 평균 36일이 소요됐다.

 

특히, 이들 5명 가운데 한상률 전 청장의 경우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됐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재신임받아 1년 조금 넘게 청장직을 수행한 기록을 갖고 있다.

 

4일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에서 현 강민수 청장이 유임될 지, 새로운 청장이 탄생할 지는 속단할 수 없다.

 

다만, 비슷한 예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인수위 없이 2017년 5월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세청장인 한승희 청장의 경우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새 정부 출범 49일 만에 정식 취임한 바 있다.

 

이를 참고로 국세청장이 교체된다면 후임은 빨라도 7월 중후반이 돼야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현재 강민수 청장은 취임한 지 10개월이 조금 넘은 상태다.

 

세정가에서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등 정부부처 주요 기관장 인사가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하고 있으며,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서도 묵묵히 세수조달에만 전념해 온 국세청 수장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현 강민수 국세청장의 경우, 작년 7월23일 취임하자마자 '기강 다잡기와 근무 분위기 쇄신'에 주력했다.

 

취임식 직후 가진 부이사관급 이상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강 청장은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세청'을 위해 고공단과 부이사관 승진시 연수가 아닌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보고체계는 과장이 아닌 국장이 대부분을 보고토록 하는 등 책임행정을 부여하는 한편, 청렴문화 정착을 위한 상시적인 감사·감찰활동 등을 예고했다.

 

다소 느슨했던 근무 방식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공직마인드는 더욱 바짝 죄겠다는 의지를 취임식 첫날에 강조한 강 국세청장의 공직 마인드는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조직운영과 관련해서는 채찍과 함께 당근도 아낌없이 부여했다. 강 청장은 취임 이후 단행한 작년 11월 서기관 승진인사에서 전체 승진인원의 70% 가까이를 높은 업무강도와 객지근무로 고생하는 본청 근무자들에게 배정하는 등 본청 근무 유인책을 제시했다.

 

또한 올해 4월 단행한 서기관 승진인사에선 41명의 승진자를 탄생시키는 등 ▷15년 만에 최대 승진인원 ▷본청 서기관 승진자 역대 최대 배출 ▷7개 지방청 모두 서기관 탄생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사무관 인사에서도 국세청 인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9급 공채 출신을 위한 배려인사를 단행해, 작년 9월 사무관 승진인사에서 9급 공채 승진자가 역대 가장 많이 배출됐다.

 

6급 이하 승진인사에선 승진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연 1회 승진인사를 18년 만에 연 2회로 복원했으며, 행안부와 기재부에 발품을 판 결과 직급상향을 통해 승진 TO를 다수 확보함으로써 지난 10년간 합친 승진인원보다 강 청장 재직시 승진인원이 더 많았다.

 

조직원들을 매섭게 독려하면서도 성과와 보상에 있어 역대 청장 누구보다 더 많은 과실을 안긴 강 청장의 저력은 세수와 조사 부분에서 높은 성과로 귀결되고 있다.

 

또한 국세청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고액소송에서의 높은 패소율은 이번엔 달랐다. 지난 4월 있었던 론스타 소송과 효성그룹 소송에서 모두 승소하면서 5천억원대의 세금유출을 막아냄으로써 정부 입장에서 마른하늘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냈다.

 

특히, 1심과 2심 모두 패소한 론스타 소송은 대법원 상고심에서 역전승을 거뒀으며, 1·2심 및 대법원까지 총 40회에 걸친 변론을 통해 12년간 이어진 효성과의 소송에서도 완승했다.

 

각종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고 내부 집행 체계를 개편하는 자구노력을 통해 세율인상 없이도 세수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등 수조원의 세수 증대 효과도 거뒀다.

 

부동산 감정평가사업의 확대를 통해 올해에만 1조원 상당의 추가 세수를 확보했으며, 연말정산 과다공제를 막기 위한 시스템 개편으로 8천억원 상당의 세수를, 기재부·금융위와 협업을 통한 보험사 해약환급금준비금 개선으로 올해에만 1조5천억원의 추가 세수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수조원의 추가 세수를 발굴한 사례는 세수기관으로서 높이 평가받아야 함에도 계엄·탄핵·대선정국이라는 특별한 이슈 속에 묻혀 버리는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성실납세 기반을 조성하는데 필수적인 세무조사 행정 또한 기민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했다.

 

다국적기업의 자료제출 거부 등 조사방해 행위를 막기 위해 추진했으나 로비력으로 번번이 가로막혔던 이행강제금 도입은 올해 2월 국회 본회의 통과와 5월 시행령 공포를 통해 9월1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조사다운 조사'를 위해 국세청 특별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청 조사4국을 보강하고 반사회적 탈세나 사주의 비자금 조성과 같은 지능적·악의적 탈세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작년부터 이어진 건설·제약·보험중개·스드메 등 민생침해 탈세범에 대한 기민한 조사도 국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강 국세청장의 닉네임 중 하나는 '만인의 연인'.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진솔한 소통 행보를 통해 2만여 국세청 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은 점은 탄핵정국에서 국세청이 굳건하게 업무에 매진한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강 청장은 취임 두 달 만인 작년 9월24일 자신이 근무했던 대전지방국세청을 찾아 당시 함께 근무했던 직원 자녀의 결혼식을 축하했으며, 이튿날엔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와 함께 광주지방국세청을 다시금 방문했다. 이후 이어진 현장소통에선 지방청 방문 없이 납세자 최접점인 일선 세무서 위주로 찾고 있다.

 

강 국세청장이 취임 후 찾은 일선 현장은 5월말 현재까지 약 40여곳에 달하며, 현장 방문시 방문사실을 일절 기별하지 않고, 1명의 수행비서 외에는 수행단이 없으며, 관서장으로부터 업무보고도 받지 않는 등 '3무(無)'를 실천하고 있다.

 

극히 조용한 방문 탓에 강 청장이 마련한 과일 컵 또는 피자 선물을 받고서야 본청장이 오고 간 사실을 알게 된 직원들이 대다수로, 업무에 바쁜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로 풀이된다.

 

고위직에 올랐던 한 OB는 "청장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조직 분위기가 완전히 새롭기도 느슨해지기도 하는데 강 청장은 국·과장들에게 긴장감을, 일선 직원에게는 따뜻하게 보듬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세정가에서는 차기 국세청장 인사와 관련해 현 청장의 유임을 비롯한 국세청 1급 가운데 지명하거나 외부기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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